딸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놓고 엇갈린 판단이 나왔다.
지난 2019년 5월 A(당시 93세)씨가 대전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안은 각종 집기가 깨지고 부러진 채 어지럽혀진 상태였다.
같은 시간대 집에 있었던 A씨의 딸이 범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집에 있던 물건들을 던지고 아버지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에선 대체로 혐의를 부인하지 않던 딸은, 1심 법정에서 '사실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성폭력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저항하는 과정에서의 정당방위였다는 것으로,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숨겼다고도 주장했다.
현장엔 숨진 아버지와 딸밖에 없었던 상황.
딸의 진술을 놓고, 1심은 "피고인의 진술이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은 있다"면서도 "피고인의 법정 진술이 진실일 가능성도 함부로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 제기 후 법정에 이르러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고 피고인이 진술한 전후 사정, 사건 당일 피해자의 상황 등 여러 사정을 고려했고, 단순한 말다툼으로 아버지와 심한 몸싸움에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범행인 만큼 피고인의 진술이 진실일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였다.
검찰의 항소로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딸의 진술이 경찰과 검찰, 법정에서 계속 달라진데다 존속상해치사로 무거운 벌을 받게 된 상황에서도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숨기려 했다는 주장, 또 심경에 변화가 생긴 경위 등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딸의 진술과 실제 현장 상황들에 일치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도 신빙성이 떨어지는 근거로 제시됐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정재오 부장판사)는 20일 A씨의 딸인 B(52)씨의 존속상해치사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B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