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김홍걸 무소속 의원의 질의를 받고 "이 문제는 조용한 외교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국제 공론화를 확실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앞서 이상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도 "가장 영향을 많이 받게 될 태평양 연안국 중심으로 입장을 강화해나갈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강도 높게 공론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외교부가 방향 선회에 나선 것은 우리 정부의 거듭된 사전협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본 측은 이를 아예 무시한 채 일방적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2018년에 일본 오염수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놓고도 미온적 대처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조용한 물밑외교를 벌여왔지만 결과적으로 허사였다.
일본 측 고위 당국자는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한 주변국 항의에 대해 "중국이나 한국 따위에는 (비판을) 듣고 싶지 않다"며 안하무인격 반응을 보였다.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은 일본을 직설적으로 공격할 만큼 우리보다 훨씬 강경한 입장이며 러시아와 대만, 북한 등 동아시아 인접국 모두 일본 측 조치를 성토했다.
유럽연합(EU)도 일본 측에 국제의무 준수와 해양 안전 및 투명성 보장을 요구했고 태평양 도서 국가를 대변하는 기구(PIF)도 비판에 나섰다.
정 장관이 이날 "일본 결정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곳은 유일하게 미국 뿐"이라고 할 만큼 온도차가 다소 있을지언정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이 이어진다.
국내에서도 여야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많은 국민이 일본의 일방적 방류 결정에 대해 분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런 일본의 태도에 대해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울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로선 한미일 관계를 중시하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격앙된 국민감정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야당이 일본을 비판하는 동시에 정부에 대해서도 '외교 실패 무능론'을 제기하는 것을 진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외교부는 미중 전략경쟁에 따른 민감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과의 공조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는 IAEA와의 현장 검증에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쪽에 기울었던 기존 분위기와는 다른 것이다. 국제적 압박과 여론전에서 중국의 힘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이와 함께 미국 측에 대해서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사실상 지지하는 과학적 근거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어느 정도라도 완화시켜놔야 일본에 대한 압박 지렛대가 커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