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핵심협약 비준 의사를 ILO에 공식 전달하는 'ILO 핵심협약 비준서 기탁식'을 20일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했다.
이번에 비준·기탁한 협약은 '강제노동 금지' 분야의 제29호 협약과 '결사의 자유' 분야의 제87호, 제98호 협약이다.
이에 따라 한국이 비준한 ILO 핵심협약은 기존 4개(고용상 차별 분야 제100호·제111호, 아동노동 분야 제138호·제182호)에서 7개로 늘어났고, 전체 ILO 협약은 27개에서 30개로 늘어났다.
'제29호 강제노동 협약'은 모든 형태의 처벌의 위협 하에서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노동(강제노동)을 금지하는 협약이다.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은 결사의 자유의 기본 원칙에 관한 협약으로, 노사의 자발적인 단체 설립, 가입과 자유로운 활동 등을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제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은 노동자의 단결권 행사에 대한 충분한 보호와 자율적인 단체 교섭을 장려하는 협약이다.
이날 기탁식을 통해 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가 완료돼 위의 3개 핵심협약은 기탁한 날로부터 1년 후인 2022년 4월 20일부터 발효된다.
정부는 발효시점으로부터 1년 안에 협약 이행상황에 대해 1차 보고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고, 이후 3년 간격으로 정기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ILO 전문가 위원회가 우리나라의 협약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만약 협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고 판단된 사례는 ILO 총회 기준적용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돼 해당 회원국 심의 후 결론이 채택된다.
또 협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노사단체의 진정·타 회원국 등(총회 대표단, ILO 이사회)의 이의가 제기돼도 ILO가 이를 검토할 수 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를 토대로 지난 2월 위의 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다만 관련 법 개정안 내용에 대해 노동계는 개정 노조법이 ILO 핵심협약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경영계는 노동권 수준이 강해진만큼 사용자의 '대항권'도 강화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15일 "특수고용 노동자(특고), 플랫폼 노동자 등도 노조법상 근로자에 포함될 수 있도록 근로자 정의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된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기업별 노조 임원이나 대의원을 재직자(조합원) 중에서만 선출하도록 한 제한한 개정 노조법이나 사실상 '노조허가제'로 악용되는 노조법 제12조 제3항의 설립신고서 반려규정 등도 핵심협약 취지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사회적 대화와 노조법 개정 과정에서 경영계의 요구사항은 반영되지 않아 노사간 힘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사용자에 대한 일방적인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제도 개선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등 보완입법을 통해 강화된 노동권에 상응하여 사용자의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핵심협약 비준을 계기로 유럽연합(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분쟁으로 인한 통상 위험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EU는 한국을 상대로 FTA 규정과 달리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며 2018년부터 분쟁에 돌입한 상태다.
이날 기탁식에서 ILO 가이 라이더(Guy Ryder) 사무총장은 "한국의 핵심협약 비준을 환영한다"며 "이번 비준은 노사정의 지속적 협력이 사회 정의,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 추구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한국 국민들의 신념을 증명한다"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은 "노동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자율과 책임에 기반을 둔 건강한 노사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사와 함께 지속 노력해 가겠다"고 답했다.
이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세계가 힘든 상황이지만, 한국판 뉴딜 등 다양한 정책과 사회적 대화 등을 통해 '인간중심적 회복(Human- centered recovery)'을 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