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만 간다" 쿠팡이 쏘아 올린 '단건 배달戰'···문제는 적자

코로나에 음식 배달 시장 급성장…'빠른 배달' 중요
배민, 위메프도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 뛰어들어
배달원 확보 위한 사업자 간 출혈 경쟁 불가피

이한형 기자
배달원 한 명이 한 집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속도전에 불붙인 건 쿠팡이츠다. 한 번에 한 집 배달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자 업계 1위 배달의 민족과 위메프오도 단건 배달 도입에 나서는 등 맞불을 놨다.

단건 배달을 늘리려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건 배달 확대는 결국 자금력 대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뉴욕증시 상장으로 실탄을 확보한 쿠팡과, 딜리버리히어로를 등에 업은 배민 사이, 그리고  후발주자인 위메프오까지 가세하면서 치열한 '쩐의 전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이츠 게 섰거라" 배민·위메프오도 '단건 배달' 속속 도입

황진환 기자
20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우아한 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 민족은 오는 6월부터 단건 배달을 하는 '배민1(one)'을 선보인다. 배민 관계자는 "최근 시장 경쟁 상황이 단건 배달로 가는 추세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서 단건 배달 위주의 배민1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배민은 올해 초부터 서울 강남권에서 시험 적용하고 있는 단건 배달 시스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45분 내 배달 보장을 의미했던 ‘번쩍 배달’을 이달 중 단건 배달로 개편해 전국에 적용하는 것이다.

배민은 현재 라이더(배달 기사)가 다섯 건 안팎의 주문이 모이면 배송하는 묶음 배달을 시행 중이다. 앞으로는 묶음 배달 중심의 배민라이더스에서 배민1으로 점차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배달은 똑같이 배민라이더들이 맡는다.

배민1을 이용할 경우 음식점이 배민에 내는 중개수수료는 건당 주문금액 12%, 배달비 6천원을 각각 내야 한다. 다만 배달 기사에게 가는 6천 원은 음식점 주인이 자체 부담할 수도, 주문 고객에게 부담시킬수도 있다.

배민은 배민1 프로모션 혜택으로 90일 동안은 중개 수수료는 1천 원, 배달비는 5천 원을 받을 예정이다. 서비스 초창기인 만큼 우선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위메프오는 위치기반 서비스 개발 업체인 LK ICT와 업무 협약을 맺고 음식 주문과 배달 라이더를 일대일로 연결하는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배민이 쿠팡과 유사한 형태의 단건 배달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면 위메프오는 배달 라이더와 직접 계약하거나, 배달 대행을 통해 단건 배달을 진행하는 등 배달 방식을 차별화에 나섰다. 연내 단건 배달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다.

입점 업체들은 해당 배달 서비스 중 점포 상황에 맞는 배달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 위메프오 관계자는 "고객과 입점 업체의 편의성과 만족도를 모두 높이기 위해 단건 배달 서비스 구축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츠 주문 15배↑…쿠팡이츠, 배달비 지원

그래픽=고경민 기자
배달업계가 이처럼 단건 배달 전에 뛰어드는 것은 배달속도전에서 밀리면 자칫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절박함이 크기 때문이다. 


앱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5.66%이던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올해 1월 17.1%까지 늘었다. 특히 서울 강남권에서는 쿠팡이츠가 배민을 앞섰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시장 지각변동의 원인이 단건 배달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업계 1위 배민이 후발 주자의 전략을 따라하는 초강수를 예고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배달 앱 3위 업체였던 도어대시가 단건배달 방식인 'OD딜리버리'를 도입한 이후 1위로 올라선 전례가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쿠팡이츠가 시작한 '속도전'이 전 업계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건 배달은 묶음 배달보다 시간은 적게 걸리지만, 배달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배달 기사들은 수익이 적어 기피하지만, 소비자들은 주문한 음식을 빠르게 받을 수 있어 선호한다.

쿠팡이츠는 뒤늦게 배달업계에 뛰어들면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단건 배달의 승부수를 던졌다. 묶음 배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달 속도가 빨라 "음식이 식지 않았다"는 등의 호평이 이어졌다.

그 결과 앱서비스 평가사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단건 배달을 도입한 쿠팡이츠의 일평균 사용자 수가 지난해 초 2만 9800명에서 같은 해 말 46만여 명으로 15배 이상 늘었다.

쿠팡이츠는 단건 배달을 하며 주문자가 음식점 주인이 지급해야 할 배달비를 지원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식당에서 받는 비용도 깎아줬다. 중개 수수료를 주문액의 15%로 책정했지만, 행사 기간에는 건당 1천원 만 받고 배달료를 일부 부담해 온 것이다.

◇관건은 배달원 확보…출혈경쟁 불가피

단건 배달은 충분한 배달원 확보가 관건이다. 단건 배달은 묶음 배달보다 라이더 수급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 플랫폼 간 편차가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배송 속도와 품질을 기준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수요는 물론 단건 배달 만족도가 높은 만큼 단건 배달 확산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배달원 확보가 서비스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단건 배달이 확대되면 업계의 출혈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단건 배달의 경쟁력은 배달원 규모에서 나오는데 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배민이나 위메프오도 쿠팡이츠처럼 공격적 프로모션을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서비스 입점 업체를 늘리기 위한 프로모션 비용도 무시 못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단건 배달에는 배달 기사에 지급하는 배달비만 평균 6천 원 이상이 들어간다. 쿠팡이츠는 단건 배달에 필요한 배달 기사를 구하기 위해 서울 강남 등 주요 상권에서 주문이 몰리는 시간에는 건 당 2만 원 이상을 지급한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연간 수천억 이상의 적자가 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묶음 배달에 비해 수익이 줄어드는 배달원들의 반발을 해소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배달업계는 적자를 감수하고 보조금으로 라이더를 유인하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배달비의 지속적인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단건 배달 경쟁은 결국 배달비 상승을 유발해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부담이 향할 수 있다"며 "식당과 플랫폼 사업자가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협업해야 배달산업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드론·로봇 이용한 무인 배달, 라이더 대체할까

머지 않아 드론과 로봇이 라이더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금 당장은 출혈경쟁을 하더라도, 일단은 "시장을 선점하고 보겠다는 의지"로 보기도 한다. 실제 미국 아마존은 드론배달을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새로운 배달 기술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를 고도화시키기 위해, 지난달 현대자동차·기아와 손잡았다. 배달기사가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딜리드라이브에 음식을 전달하면, 딜리드라이브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객 문 앞까지 찾아가는 '라스트마일' 시스템 구축이 1차 목표다.

지난해 7월부터 경기 수원 광교 앨리웨이에서 시범운영도 실시했다. 호텔 내에서 배달하는 로봇 '딜리타워'도 시범 운행 중이다.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배달은 이미 현실화됐다.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뉴로(Nuro)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해 도미노피자 배달을 이달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지난해 공개한 '로봇산업 규제혁신 로드맵'에 따르면 2023년부터 로봇이 매장, 또는 건물 내부 등 실내 배송을 중심으로 먼저 활용되고, 2025년에는 로봇의 보도, 횡단보도 통행까지 허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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