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연습하러 가" 랜들을 키운 코비의 조언

줄리어스 랜들. 뉴욕 닉스 구단 SNS 캡처

미국프로농구(NBA) 전통의 명문구단 뉴욕 닉스는 2013년을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 새로 부임한 탐 티보듀 감독이 단기간에 팀 분위기와 수비력의 수준을 바꿔놓았다. 뉴욕 닉스는 2020-2021시즌 현재 30승27패로 동부컨퍼런스 6위에 올라있다. 이변이 없다면 8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하다.

닉스 돌풍의 주역은 NBA 7년차 파워포워드 줄리어스 랜들이다.

줄리어스 랜들은 이번 시즌 평균 23.6득점, 10.6리바운드, 6.0어시스트를 올리며 활약하고 있다.

랜들은 거의 모든 카테고리에서 데뷔 후 가장 좋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평균 어시스트는 통산 평균 기록(3.2개)보다 2배 가까이 더 많다.

랜들은 켄터키 대학 출신으로 골밑 공격 비중이 높았던 선수다. 예전부터 공을 다루는 기술이 좋고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시즌 들어 완전히 정점을 찍고 있다.

가장 놀라운 부분 중 하나는 슛 거리의 증가와 정확도다. 통산 평균 3점슛 성공 개수와 성공률이 각각 0.7개, 33.3%인 랜들은 이번 시즌 3점슛 2.1개를 성공하며 41.0%의 높은 적중률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내외곽 득점력을 모두 갖추게 된 랜들은 팀 공격 옵션의 핵심이다.

티보듀 감독은 지난 17일(한국시간)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원정경기 후반전에 랜들의 아이솔레이션(isolation) 공격을 적극 지시했다. 댈러스는 랜들의 1대1 공격을 막지 못했다.

랜들은 시즌 최다 타이기록인 44득점에 10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보태며 117대109 팀 승리를 이끌었다.

랜들은 평균 출전시간 부문에서 리그 1위(37.2분)에 올라있다. 티보듀 감독은 예전부터 주전 선수를 중용하고 특히 주축 선수를 적극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혹사 논란도 적잖았던 지도자다.


하지만 티보듀 감독의 전폭적인 믿음과 랜들의 성장이 뉴욕의 상승세를 견인한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랜들의 폭풍 성장에는 엄청난 노력이 배경에 깔려 있다.

특히 LA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었던 프로 첫 2시즌 동안 팀 동료로서 함께 시간을 보낸 고(故) 코비 브라이언트의 영향이 컸다.

랜들은 최근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자신의 성장과 코비 브라이언트의 영향력이 무관하지 않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랜들의 프로 2년차 시절 댈러스행 원정 비행기에서 내린 후 그에게 개인 일정을 물었다. 랜들은 가족과 친구를 만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코비는 "아니야. 나는 너를 데리고 당장 체육관으로 갈 거야"고 말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랜들에게 "원정경기를 갈 때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개인 연습을 하도록 해. 밤 늦게 도착했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라고 조언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현역 시절 자신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했다. 심지어 원정 도시에 도착한 후 호텔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체육관을 향한 날도 많았다.

'맘바 멘탈리티'를 가슴에 새긴 랜들은 작년 2월9일 디트로이트 원정길에 올랐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안타까운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랜들은 디트로이트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섭외한 한 고등학교 체육관을 방문했다.

그리고 랜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체육관 시설 담당자는 랜들에게 "당신이 이곳에 연습하러 오기 전 마지막으로 왔던 NBA 선수가 바로 코비 브라이언트"라고 말했다.

랜들은 "그 말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밝혔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랜들의 자세는 팀 동료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랜들이 개인 연습을 하러 갈 때 동료들이 하나둘씩 동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던 코비 브라이언트의 '맘바 멘탈리티'는 지금도 NBA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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