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는 이날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11명 등 총 13명의 검사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검사 정원인 23명의 절반을 겨우 넘은 수치로, 시작부터 극심한 인력부족을 예고한 셈이다. 공수처 핵심인 검사들은 예상대로 현역 판·검사들이 아닌 변호사들로 채워졌는데 13명 가운데 8명이 국내 로펌 소속이다.
평검사들이 근무했던 로펌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법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엘케이비앤파트너스(LKB)를 비롯해 김앤장·세종·태평양 등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줄줄이 검사로 발탁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수처 검사들과 대형 로펌 사이의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장·차관급은 물론이고 판·검사 등 고위급 공무원들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공수처 특성상 피의자들이 수사 단계서부터 대형 로펌을 선임해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는 "이해충돌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검찰에 준하는 회피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사건 사무 규칙을 만들어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설명이다.
피의자들이 공수처의 이런 상황을 역이용해 이해충돌 회피를 악의적으로 이용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김성문·최석규 부장검사의 소속 로펌이었던 동인과 서평의 변호사들을 선임하면 당장 수사를 지휘할 부장 검사들이 모두 배제되는 황당한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서평과 동인 모두 중요한 형사 사건을 많이 맡기로 유명한 로펌들"이라며 "공수처 조직은 소규모이기 때문에 이해관계 회피를 통해 공수처의 수사 자체를 무력화 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로펌들이 정식 선임계를 내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변호에 나설 경우 이해충돌 회피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
대형 로펌 출신 검사들이 수사선상에서 회피된다 하더라도 수사팀 내부 상황이나 민감한 수사정보 등이 대형 로펌에 유출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공수처 검사들이 퇴임한 직후 이른바 '공수처 전관'으로 몸값을 올려 대형 로펌에 재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장치도 전무하다. 3년씩 3번 연임이 가능한 공수처 검사 임기를 감안한다면 이르면 3년 뒤 변호사 시장으로 복귀해야 할 공수처 검사들이 대형 로펌의 영향력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의문은 현재진행형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제기되고 있는 모든 우려를 감안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