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스포티함'을 내세우며 고성능에도 '기아차' 엠블렘이 유일한 걸림돌이란 지적을 받았던 기아가 완전히 새로 태어나기로 작심한 듯 야심작을 내놓았다. 이미 사전계약 첫날 1만8015대가 예약되며, 흥행을 예고한 상태다.
차량의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스티어링 휠이 만들어내는 감성은 기존 국산차 대비 묵직하고 단단하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기아의 주행감성이 점차 독일차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 느껴졌다.
시승 차량은 3.5 가솔린 시그니처 트림의 전륜구동 모델로 거의 모든 옵션이 적용돼 가격이 4912만원에 달하는 모델이었다.
첫인상은 다소 과격한 외장 디자인이다. 범퍼와의 경계를 없앤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을 겸하는 스타 클라우드 라이팅 등은 기존 자동차의 디자인 화법에선 파격에 가까웠다.
반면 전고는 1455㎜로, 기존 K7 모델이나 그랜저보다 15㎜ 낮다. 실제로 뒷좌석에 앉으니 다리를 꼬거나 앞으로 뻗을 수 있을 정도로 레그룸은 매우 넉넉한 반면 헤드룸은 여유 공간이 많지는 않았다. 가방이나 옷을 걸어둘 수 있게 옷걸이 형태로 만든 헤드레스트 모양도 독특하고 실용적이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전환하자 운전석 시트가 조여들며 몸을 잡아주는 것이 느껴졌다. K8은 스포츠 모드가 아닌 노멀 모드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 가속을 하면 시트를 조여주는 기능이 적용됐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지점은 차량의 크기가 커졌음에도 거동이 자연스럽다는 것이었다. 급한 커브 길에서 흔들리거나 뒤뚱거리는 느낌 없이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특히 엔진의 출력을 키웠음에도 연비가 나쁘지 않은 점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