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통신-반도체로 쪼갠다…왜?

존속회사 AI & Digital 신사업 확장
신설회사는 반도체 투자·New ICT 사업 성장 견인
연내 개편안 마무리 방침…"SK㈜ 합병 계획 없다"

연합뉴스
SK텔레콤이 통신회사와 반도체를 축으로 하는 비(非)통신 회사로 쪼개진다.

주력 사업인 유무선 통신회사와 SK하이닉스 등 신사업을 이끄는 중간 지주회사로 기업을 분할해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신설 투자사가 직접투자에 나설 수 있게 돼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SKT, 설립 37년 만에 기업 분할…통신사·지주사 쪼갠다

SK텔레콤은 'SKT 사업회사'(존속법인)와 'SKT 투자 전문회사'(신설회사)로 인적 분할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주주가치 제고와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대대적인 지배 구조 개편은 1984년 SK텔레콤이 설립된 지 37년 만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는 이날 오후 타운홀 미팅을 열고 내부 직원들에게 이같은 방향성을 공유했다.

박정호 CEO는 "지금까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잘 키워온 SK텔레콤의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시점"이라며 "분할 후에도 각 회사의 지향점에 따라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등 유무선 통신회사와, SK하이닉스·ADT캡스·11번가·티맵모빌리티 등 반도체 및 정보통신기술(ICT) 자산을 보유한 지주회사로 재편된다.

분할존속회사(T1)는 유무선 통신 사업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구독형 마케팅, 데이터센터 등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분할신설회사(T2)는 반도체를 포함한 글로벌 ICT 전문 투자회사로 도약한다.

◇핵심은 반도체·New ICT 확장…SK하이닉스에 힘 실릴 듯

SK텔레콤이 지난 14일 AI&디지털 인프라 컴퍼니(SKT 존속회사)와 ICT투자전문회사(SKT 신설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박정호 SK텔레콤 CEO가 온라인 타운홀 행사에서 이번 분할의 취지와 회사 비전을 설명하는 모습. SKT 제공
이번 개편의 핵심은 국내 1위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분리함으로써 각 영역에 적합한 경영구조와 투자기반을 갖추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이를 통해 반도체와 New ICT(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사업을 확장하고 주주들에게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큰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반도체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SK하이닉스를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방점이 찍혔단 평가도 나온다.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바꿔 SK하이닉스의 지위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바꿔야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이 100조 원에 이른다. 코스피(KOSPI) 상장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2위다. SK텔레콤 5G 가입자는 올해 2월 기준 약 635만 명(점유율 약 46.5%)으로 1위 통신사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개회 선언을 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SK텔레콤은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 지분을 20.1%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의 사업 확장을 위해서라도 그동안 지배 구조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현재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사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수직 구조다.

이런 이유로 반도체 호황에도 SK하이닉스가 적극적인 M&A와 사업 확장에 나서기 어려웠다. SK텔레콤이 중간 지주사가 되면 SK하이닉스가 지주사의 자회사가 돼 이런 문제가 풀린다. 또 이를 통해 현금 동원력을 앞세워 활발한 투자를 진행한다는 게 SK의 구상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도 중간지주사 전환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내년부터 신규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최소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기존에는 20%에서 규제가 강화되는 것이다.

현재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1%로, 올해를 넘겨 지주사 전환을 하게 되면 10%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연내 중간지주사 전환에 실패하면 시가총액 100조 원이 넘는 SK하이닉스 지분 10%를 추가 보유하기 위해 10조 원이 넘는 돈을 동원해야 한다. 중간지주사 전환의 실질적 데드라인이 연말까지인 셈이다.

◇통신-반도체 회사 주식 모두 보유 가능…'주주친화적 개편' 기업가치 높일 것

박정호 SK텔레콤 CEO가 지난달 25일 본사 T타워 수펙스홀에서 온라인으로 중계된 주주총회에 참석한 모습. SK텔레콤 제공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박정호 CEO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SK텔레콤 시가총액이 25조 원이고 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100조 원인데 주가 상승으로 연결이 안된다"며 "자산구조를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게, 쉽게 바꿔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적분할 방식으로 회사를 두 개로 나누면 기존 주주들은 SK텔레콤 보유 지분만큼 T1, T2 지분을 나눠 받을 수 있다. 기존 주주 입장에선 통신사업을 하는 T1과 SK하이닉스 등 성장사업을 거느린 T2의 주식을 모두 보유할 수 있다.

지배구조 개편을 계기로 올해 잇달아 예정된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한 New ICT 사업은 지난해 SK텔레콤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24%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원스토어, ADT캡스, 11번가 등도 IPO도 추진하고 있다.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수익 창출-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예정이다. 그간 SK텔레콤이 강하게 추진해온 탈 통신 기조에도 긍정적이다.

T1, T2 체제로 인적 분할이 이뤄지면 박 사장이 T2 CEO를, 유영상 이동통신(MNO) 사업 대표가 T1 CEO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최근 SK하이닉스의 대표이사 자리까지 겸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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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이사회·임시 주주총회 등에 올릴 때 일부 주주들이 요청하는 주식 액면 분할 관련 안건을 함께 올릴지도 관심사다.

액면 분할은 주식회사가 자본금 증자 없이 기존 주식의 액면가를 떨어트려 총주식 수를 늘리는 것으로, SK텔레콤은 소액 주주들의 진입 장벽을 낮춰 주주 가치와 기업 가치를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향후 이사회와 임시 주총을 열어 이번 기업 분할과 중간지주사 설립 등의 승인 절차를 거칠 계획이다. 이어 정부 심사 및 승인 등을 거쳐 연내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설회사와 SK㈜의 합병설에 대해서는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추후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등 제반 절차를 거쳐 연내 분할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래 지향적인 기업가치를 반영한 새로운 회사명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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