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출산 사유리 '슈돌 출연'…"다양한 가족 형태 인정해야"

일각에서 사유리 가족예능 출연 비난
시민단체들 "자신이 원하는 공동체 구성할 권리 보장해야"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비혼출산 혐오세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백담 수습기자

자발적 비혼 출산을 선택한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의 육아방송 출연을 금지하라는 일각의 주장을 두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지 않는 '혐오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치하는엄마들, 한국한부모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혼모 가족은 '비정상 가족'이 아니다"라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우리 사회의 평등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가족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사유리씨는 정자 기증을 받아 출산하면서 '자발적 비혼모'가 됐다. 최근 KBS는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사유리씨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이후 사유리의 출연을 중단해달라는 민원이 청와대 국민청원과 KBS 시청자 권익센터 등에 올라왔다. 이들은 '올바른 가족관을 제시해야 할 공영방송이 비정상적 출산을 장려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단체들은 이 같은 주장이 '정상가족 신화' 등에 근거한 혐오 행위라고 짚었다. 이들은 "비혼 출산을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라고 부르며, 생계 수단인 방송 출연마저 막는 혐오 세력을 규탄한다"고 했다. 이어 "가족을 구성할 권리,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가족 공동체를 구성하고 어떠한 공동체라도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이 사회는 마땅히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유리 인스타그램 캡처

정치하는 엄마들 김정덕 활동가는 "개인들이 처한 현실은 정상이냐 위기냐, 둘로 나눌 수 없다"며 "이들이 마땅히 존엄한 삶을 살고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 미혼모협회 인트리 함아연 간사는 "혼인으로만 (가족이) 이뤄진다고 건강한 게 아니다. 건강한 가족은 무엇이냐"고 되물으며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임을 인정하라"고 했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의 전면 개정도 촉구했다. 단체는 현행법이 가족 관계를 협소하게 정의한 탓에 정부의 행정 지원이 선별적으로 이뤄져, 제도 밖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지지 기반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2004년 제정된 현행법은 모든 국민은 '건강한 가정'을 지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체는 "'몸이나 정신에 아무 탈이 없이 튼튼함'이라는 '건강'이 '가정'의 수식어가 되는 법은 2021년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의 삶을 반영할 수 없다"고 짚었다. 민법 779조의 가족 범위 규정 삭제나 전면 개정, 생활동반자법 마련 등도 요구했다.

그러면서 KBS에는 "공영방송으로서 우리 사회 다양한 가족이 '이상하다', '불쌍하다'는 식의 편견에 갇히지 않도록 새로운 가족 형태를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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