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고 싶어요…' 사랑 택한 신부의 깜짝 고백

연합뉴스
일요일인 지난 11일(현지시간) 오후 이탈리아 중부 도시 페루자 인근 작은 마을 마사 마르타나의 한 성당.

주일 미사가 끝난 뒤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신자들은 성당 사제의 '깜짝 발표'를 접하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리카르도 체코벨리라는 이름의 이 사제(42)가 신자들에게 한 여성과 사랑에 빠져 성직 복을 벗기로 했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는 "이 사랑을 억누르거나 버리지 않고 지켜나가고 싶다"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일관되고 투명하고 올바르게 교회를 대할 수 없기에 스스로 성직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이 자리에는 관할 교구 주교인 구알티에로 시지스몬디 몬시뇰도 함께했다.

체코벨리 신부는 인구 3700명 규모의 이 마을에서 지난 6년 간 사제로 봉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앙으로 다져진 그의 내면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불과 수개월 전이다. 4년 전부터 알고 지낸 여성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튼 시점이다.

그는 13일 ANS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때는 놀랍고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성직을 떠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날 일요일 내 결심이 공개된 뒤에는 자유로움과 정직, 명료함 등의 감정을 느꼈다"고 부연했다.

그는 최근 며칠 사이 너무 많이 울어 염증이 생긴 왼쪽 눈에 안대를 착용하고 인터뷰에 응했다.

체코벨리 신부가 아버지처럼 따랐다는 시지스몬디 몬시뇰은 속세로 돌아가는 그에게 변함없는 지지와 애정의 뜻을 표했다.

시지스몬디 몬시뇰은 "리카르도 신부가 지금까지 해온 봉사에 감사를 표한다"며 "무엇보다 완전한 자유 의지에 따른 이 선택이 그에게 평온과 평화를 주기를 간곡하게 기원한다"고 말했다.

관할 교구는 체코벨리 신부의 사제 직무를 정지하고 면직(免職) 절차를 시작했다.

당사자를 대신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사제독신 의무의 해제를 청하는 청원서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법에 따르면 성직자가 합법적인 제명 처분을 받거나 스스로 그 신분을 포기하는 경우에도 자동적으로 독신 의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이를 위해선 반드시 교황의 관면(寬免)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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