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정치 이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 제시해야"

기윤실, '교회를 삼킨 이념, 반정부투쟁으로 변질된 신앙' 토론회 개최
"전광훈 사태, 정치 집단화된 한국교회 상징"
"신앙과 정치 이념 동일시해선 안돼"
"왜곡된 '자기 사랑' 신앙 집단적으로 표출...이념 우상화"
"사회 양극화·기후 위기 등 미래 문제에 성격적 대안 제시해야"

[앵커]
전광훈 목사의 극우 집회와 반정부 기조로부터 비롯된 교회의 방역 비협조는 정치 집단화된 한국교회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정치 집단화된 한국 교회의 현실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지난 12일 열린 기윤실의 '교회를 삼킨 이념, 반정부투쟁으로 변질된 신앙' 토론회. 발제자들은 "신앙과 정치 이념이 동일시되면, 신앙의 이름으로 선과 악을 판단하고 어느 한 쪽을 적으로 돌린다"며 "기독교신앙이 정치 이념에서 벗어나 중재와 조정 역할(peacemaker)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
토론회 발제자들은 "전광훈 사태는 한국교회의 보수화를 상징한다"며 정치적 욕망만을 추구하다 한국교회 전체의 신뢰도를 추락시킨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에큐메니칼'과 '정통주의'로 불리는 신학적 보수·진보의 차이는 있었지만, 오늘날처럼 신앙과 정치적 이념이 맞물려 대립한 적은 없었다며 현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백석대 기독교학부 장동민 교수는 과거 한국교회가 반공과 시장경제, 한미동맹이란 국가적 의제와 함께 큰 부흥을 이루었기 때문에 과거의 가치에 집착하며 우편향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장 교수는 "정치 집단화된 교회는 사회적 장벽을 초월하려 했던 초대교회의 이상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신앙의 이름을 이용해 갈등을 조장하며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습니다.

[장동민 교수 / 백석대 기독교학부]
"편향된 이념과 기독교가 동일시되어 국론 분열의 한 축을 담당함으로 사회통합의 방해물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한국 기독교가 지금과 같이 과거 이념에 매몰돼 미래 문제에 눈 감는다면 우리 조국 대한민국에 어떤 소망이 있겠습니까."

장 교수는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이룬다는 의미에서 정치 이념은 필요하지만, 신앙과 이념이 동일시돼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8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광복절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이한형 기자

기독법률가회 이병주 변호사는 전광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기독교 신앙의 왜곡을 지적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기독교와 극우의 동맹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트럼프 사태에서도 나타난다"며 "이는 이기적인 '자기 사랑' 신앙이 집단적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병주 변호사 / 기독법률가회 대표]
"'자기 사랑' 기독교의 정치적 탈선은 하나님보다 자기 생각을 더 사랑해서 하나님을 해치고, 자기주장과 자기 이익을 위해서 이웃을 공격하면서 민주주의를 해치는(양상이 나타납니다.)"

이 변호사는 이런 왜곡된 신앙이 집단적 차원으로 전개되면 '반공주의, 인종주의 우상숭배' 등이 된다며 이는 기독교 신앙 자체를 무력화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정의와 민주주의를 공격하고 위험에 빠뜨린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병주 변호사 / 기독법률가회 대표]
"우리 신앙에서 인간의 집단적 갈등과 죄와 악, 이 문제들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 성도의 개인적 사생활 원리만 배우지 성도의 공생활 원리를 배워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잖아요."

한편 이들은, 한국교회가 과거의 경험치와 개인주의적 신앙을 뛰어넘어 새로운 상상력과 비전을 제시하는 기독교 본연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사회 양극화와 기후 위기 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교회가 정치 이념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 문제에 대한 성경적 대안을 내놓는 데 힘쓸 것을 당부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취재 최내호] [영상편집 서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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