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과 2위 우리카드가 만난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은 좀처럼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승부라는 평가가 많았다. 정규리그 6번의 대결에서 3승3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한 데다 전력 면에서도 어느 한 팀의 우세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워 단기전 특성 상 더욱 예측이 어렵다는 전망이었다.
이틀 동안 연속 경기로 열렸던 1, 2차전의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1차전은 우리카드가 적지에서 먼저 웃었고, 2차전은 대한항공이 치열한 접전 끝에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11일 열린 1차전은 하승우의 패기가 돋보였다. 신영철 감독이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무대에서 모든 선수가 다 자기 역할을 해줘야 한다면서도 특히 더 잘해줘야 한다고 했던 바로 그 선수다.
결국 하승우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 외에도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고 직접 공격까지 선보이며 ‘언더독의 반란’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번 시즌 개막 전부터 신영철 감독이 강조했던 하승우의 낮은 연봉이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코트 위에서 하고 싶은 것을 다 보여주는 하승우의 모습에 우리카드는 창단 처음으로 밟은 챔피언결정전에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1세트 14-12에서 상대 리시브가 길게 자신에게 넘어온 것을 직접 때리지 않고 코트 반대편의 곽승석에게 블로커 없이 자유롭게 공격할 기회를 만들어준 장면과 5세트 13-13에서 진성태의 속공으로 우리카드의 허를 찌른 장면이 대표적이다. 마치 1차전의 하승우가 승리를 이끈 결과를 설욕이라도 하듯 안정감 있는 경기 운영이 돋보인 한선수였다.
한선수는 비록 이번 시즌 황택의(KB손해보험)에게 V-리그 남자부 최고 연봉자의 자리를 내줬지만 지난 5시즌 동안 V-리그의 남자 선수 중에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주인공이었다. 대한항공의 성적이 곧 한선수가 많은 연봉을 받는 이유였다.
하승우는 신영철 감독이 여러 차례 공언했듯 V-리그 남자부 7개 팀 주전 세터 중에 연봉으로는 최하위권이다. 하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주전 입지를 꿰찬 이번 시즌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감독의 신뢰에 확실하게 보답했다.
어느 한 팀의 우위를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챔피언결정전은 한선수와 하승우의 대결에서 웃는 팀이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챔피언결정 3, 4차전은 14일과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마지막 5차전은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