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으로 분류돼 온 강원도에 2011년 도지사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주류로 전환한 더불어민주당 최문순 강원도정이 대표 사례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최 지사는 3선을, 10대 강원도의회는 의정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46석 중 35석을 차지하며 여대야소 구도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최문순 도정은 그야말로 '내우외환' 자체다. 감자 등 농산물을 판매하며 구축한 대중 친밀도와는 달리 현안 사업은 혼선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임 이광재 전 지사로부터 승계한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은 지역경제활성화의 구심점이라는 강원도의 홍보와는 별개로 혈세 낭비, 절차 투명성 논란 사업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도의회 답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계약 불공정성, 절차 불투명성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도유지를 외부 투자자에게 팔아 레고랜드 테마파크, 주변 개발 사업비를 조달하겠다는 구상이 지연되며 강원도가 최대 주주인 중도개발공사에 도 스스로 '헐값으로 땅을 팔고 비싼 값에 되사는' 방식으로 사업비를 조달하는 구도다.
전시, 행사 사업을 육성해 파급효과를 높이겠다며 지방채 894억원을 포함한 도비 1490억원을 들여 레고랜드 테마파크와 연계해 추진하는 강원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지는 이유다.
'만사'라는 인사도 임기 말까지 난맥상을 되풀이하고 있다. 과학기술부차관, 이화여대 교수 이력 등 업무역량에 주목해 영입한 박영일 강원연구원장은 제자 특혜 채용 의혹 속에 취임 8개월여만에 낙마했다.
경영비리로 물러난 조태룡 전 강원FC 전 대표를 비롯해 사기전과가 드러난 레고랜드 투자자, 명예도지사 일부에게도 최 지사는 묵인, 변호로 일관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강원도개발공사가 임명권을 행사하는 알펜시아 경영진이 시설 매각이라는 중요한 국면 속에 점검라운딩을 빌미로 '공짜 내기골프'를 즐기다 적발돼 '기강해이, 관리감독 부실' 비난이 최 지사를 향하기도 했다.
레고랜드 총괄개발협약(MDA) 임대 수익 축소 등 일부 조항의 도의회 보고 누락과 관련한 감사에서는 지시자가 아닌 하급직원들에게 징계가 이뤄지고 '선의의 피해를 막겠다'던 최 지사의 후속조치도 이뤄지지 않아 공직사회의 불신을 자초했다.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꾸자'며 야권 연대에 나섰던 진보진영과 시민사회단체도 등을 돌린지 오래다. 야권연대 주축세력들이 참여하고 있는 레고랜드 중단촉구 범대위는 "최 지사가 치적에만 주목해 강원도의 가치, 미래를 외면한 채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지지 대신 저지를 위한 단체행동과 법적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강원도지사 야권연대 실무에 참여했던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보수 진영의 독주와 오만, 불통에서 소통과 연대로의 전환을 위해 진보, 시민사회진영이 결집했지만 결과는 주어만 달라진 채 민주당, 최문순 지사의 독주와 오만, 불통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회, 재검토 없이 속도만 더해가는 논란 현안의 강행은 진보, 시민사회진영이 국민의힘과 함께 토론회 추진, 정보교류 등의 방식으로 연대하는 이례적인 현상을 낳기도 했다.
지난 9일 강원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강원도가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를 통해 도내 관광 및 지역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명분으로 제안한 강원국제전시컨벤션센터 계획안을 부결했다.
도 집행부가 의존해왔던 민주당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타당성, 경제성 부족은 물론 설득력도 크게 떨어진다며 고개를 돌렸다.
김규호 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은 심사 과정에서 "과거 알펜시아나 미시령터널처럼 엉터리 통계와 용역 결과를 갖고 사업을 해서 지금 낭패를 본 사례가 많다"며 투명 행정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 민주당 재선 도의원은 "재보선 결과는 '민심은 무섭다, 민심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진리를 재확인시켰다. 보수 강세 지역이었던 강원도에서 최근 민주당이 선전한 것은 민주당이 잘 해서가 아니라 모든 정치권이 잘 하라고 한 채찍이었다. 지금이라도 민주당 강원도정과 도의회가 자신들의 미래가 아닌 도민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행동해야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