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기는 11일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IA와 원정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7 대 3으로 이기면서 송명기가 승리 투수가 됐다.
기록으로만 보면 썩 빼어난 경기력은 아니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를 충족하지 못했고, 삼진 5개를 잡았지만 안타 7개와 볼넷 1개를 내줬다. 투구 수도 94개로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시즌 첫 등판 퇴장의 기억을 극복해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송명기는 지난 6일 롯데와 창원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3회초 1사에서 4구째 시속 145km 직구가 상대 타자 딕슨 마차도의 헬멧을 강타했다. 빠른 공이 타자 머리를 맞추면 퇴장을 당하는 이른바 '헤드 샷' 규정에 따라 송명기는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모두가 놀란 아찔한 상황이었다. 마차도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다행히 마차도는 정밀 검진 결과 큰 이상은 없었다. 두 차례 검사에서 이상 없음 소견을 받은 마차도는 9일 선수단에 합류했고, 11일 키움과 경기에서 대주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런저런 미안함을 안고 11일 마운드에 올랐던 송명기였다. NC 이동욱 감독도 경기 전 "송명기가 중간 투수 형들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있더라"고 귀띔했다.
송명기는 지난해 9승 3패 평균자책점(ERA) 3.70의 깜짝 성적을 냈다. 전반기 에이스 구창모의 공백을 메우며 팀 우승의 발판을 놨다. 한국시리즈에서는 4차전 역투로 2000년생의 포스트시즌 첫 승의 기록도 세웠다.
올해 더 큰 기대감을 안고 시즌 첫 등판에 나섰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퇴장을 당하는 변수가 생겼다. 그러나 다행히 마차도도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송명기도 이후 등판에서 쉽지 않았지만 첫 승을 신고했다.
경기 후 송명기는 "이전 경기에서 마차도에게 헤드 샷을 맞추고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갔기 때문에 오늘 경기는 더 집중하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볼넷을 주는 것보다 공격적으로 투구하려고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공부가 많이 됐는데 다음 경기도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런저런 경험 속에 잠재력이 큰 어린 공룡이 무럭무럭 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