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전단법 청문회, 알고보니 짜고치는 고스톱

청문회 강행 '톰 랜토스' 똑바로 알기
탈북자측만 증인 선정, 객관성 결여

크리스 스미스 의원. 유튜브 캡처
미국 의회 의원 모임인 '톰 랜토스 인권 커미션'(TLHRC)이 우리나라 법(대북전단규제법)을 소재로 청문회(hearing)를 개최하기로 했다. 미국시간 15일 열린다. 이를 한국 일부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대한민국의 후진적 인권실태를 문제 삼고 나섰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이를 받아 청문회 개최는 '창피한 일이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이는 '헐리우드 액션'이다. 이번 청문회 개최 소식을 미국 일류 언론사들은 일절 다루지 않고 있다. 의회 안에서도 별 관심이 없다. TLHRC의 실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TLHRC는 의회의 '위원회'가 아니다

TLHRC의 이름에는 '커미티(committee)' 대신 '커미션(commission)'이 붙어있다. 즉 '커미티'(위원회)가 아니다. '커미티'는 정부를 모니터하고, 입법을 검토하는 의회내 '작은 입법기관'을 말한다. 그러나 TLHRC는 이런 '커미티'가 아닌 '커미션'일 뿐이다.


미국의회조사국에 따르면 '커미션'은 '의회 자문 그룹'이라고 정의돼 있다. 의원들의 '그룹' 즉 '모임'(동아리)인 것이다. 당적에 상관없이 누구든 자유롭게 들어와 활동할 수 있다. 다만 양당 지도부가 각 1명씩 공동 회장(chair)을 임명한다. 구성이 자유로운 만큼 의결기구도 아니다. 미국 의회 안에는 이 '커미션'이 지난 21년간 150개 이상 만들어졌다. 2008년 만들어진 THLHRC은 그 150개 가운데 하나다. 의회조사국은 '커미션'이 통상 다음 4가지를 위해 설치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①독립된 조언(advice) 제공 ②공공정책 변경 권고 ③특정 문제·이슈·사건에 대한 조사 또는 연구 ④어떤 개인이나 그룹 사건의 기념.

TLHRC라는 명칭의 '톰 랜토스'는 사람 이름이다. 톰 랜토스는 헝가리 출신의 홀로코스트 생존자다. 1947년 도미한 뒤에 1980년 하원 의원에 당선됐다. 홀로코스트 출신답게 인권문제에 치중했다. 1983년 의회내에 '의회 인권 코커스'라는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2008년 그가 사망하자 미국 의회는 그를 기념해 '코커스'(공부모임)에서 '커미션'(동아리)으로 발전시켰다. 현재 공동 위원장은 제임스 맥거번 의원(민주당), 크리스 스미스 의원(공화당)이 맡고 있다.

톰 랜토스 인권 커미션 홈페이지 캡처
◇탈북자 대변자들만 넘쳐나는 청문회

이 가운데 크리스 스미스 의원은 의회 내에서 '인권' 문제에 관한한 물불을 안 가리는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한 가지 사안에 꽂히면 아무와도 타협을 안한다고 해서 그를 '탈레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 청문회는 바로 이 스미스 의원이 주도했다.

청문회는 특정 사안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위한 의견 청취의 장이다. 객관성을 위해 찬반 의견자 모두를 부르는 게 관례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는 다르다. 15일 청문회가 열리게 된 것은 국내 일부 탈북자들이 대북전단규제법에 반발해 이를 스미스 의원에게 가져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청문회에는 탈북자측 인사들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하다. 반면 해당 법을 제안한 대한민국 정부, 법을 통과시킨 대한민국 국회 쪽 인사는 아무도 부르지 않았다.

사실 이번 청문회가 열린다고 했을 때 미국의 일부 동포들은 만세를 불렀다. 미국 의회에 심어진 편향적 대북 인식, 한반도 평화에 대한 몰이해 등을 이번 청문회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주민주참여포럼 KAPAC의 경우 해당 법에 대한 오해와 법제정의 불가피성을 담은 서한을 각 지역 연방의원들에게 빠짐없이 보내기도 했다. 스미스 의원도 해당 서한을 받았다. 그러나 스미스 의원은 그 어떤 언급도 해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번 청문회가 열린다는 사실 자체도 알려오지 않았다. 이번 청문회는 '짜고 치는 고스톱'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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