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선거 패배 책임 문제를 놓고 이미 2030 초선 의원들과 친문(親문재인)계 갈등이 심각하게 불거진 상황이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이 분열 조짐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대위, '쇄신' 외치는 초선들 의견 수용
앞서 비대위는 선거 패배로 총 사퇴한 최고위원들의 공석을 채우기 위해 빠른 시일 내 중앙위에서 최고위원을 다시 뽑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쇄신'을 요구하는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대 선출론'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면서 비대위는 결국 이들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허영 대변인은 "당원들의 뜻을 존중해야겠다는 의견에 따라 (비대위) 전원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당 중앙위에서 최고위원을 뽑을 경우 신속히 위기에 빠진 당을 수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당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긴 어렵다는 한계가 제기돼왔다. 이에 차기 당권주자인 우원식·홍영표 의원도 '전대 선출론'에 힘을 실었다.
◇2030 '조국 반성문'에 친문 반발…당원들도 가세
2030 초선 의원 5명은 지난 9일 입장문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며 이번 선거 패배 원인을 분석했다. 그동안 당과 '원팀' 기조를 유지하며 침묵했던 초선들이 친문의 역린과도 같은 '조국 이슈'를 건드린 것이다.
당내 친문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강성 친문'으로 꼽히는 정청래 의원은 "조국과 검찰개혁이 문제였다면 총선 때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라며 "우리의 정체성을 부정하면 지지층 동지들을 잃는다"고 경고했다.
또 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2030 의원 입장문'을 낸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을 '초선5적', '초선족' 등으로 칭하며 '의리를 저버렸다'는 비난성 글이 줄을 이었다.
초선 의원들이 이번엔 "검찰개혁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민생에 소홀했다"고 지적하자 친조국 성향으로 알려진 김용민 의원이 나섰다. 김 의원은 "지지자들과 국민은 검찰개혁 때문에 지치지 않았다"며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는 선거를 앞두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 시즌2'를 적극 추진하려다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속도조절을 해 달라'는 취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20대 국회에서 최고위원까지 지낸 김해영 전 의원까지 나서 "지금도 당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왜 그렇게 지키려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검찰개혁도 필요한 과제지만 그것이 민생에 우선할 수 없다"고 당내 책임론 공방에 가세했다.
◇내년 대선 '위기의식' 반영…"혁신과 반성의 장 돼야"
이번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두고 당내 초선 의원과 친문계를 중심으로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건, 쇄신 없인 자칫 내년 3월 대선에서도 패배할 수 있다는 의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2022년 대선 승리와 패배의 갈림길이 바로 지금 우리 눈앞에 있다"며 "이번 원내대표 경선과 당 대표 경선이야 말로 '선명성 경쟁'의 장이 아닌 '혁신과 반성'의 장이 되는 데에만 집중하는 우리 당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주 비대위 체제를 가동한 민주당은 오는 16일 원내대표 선거를 치른 뒤, 다음달 2일 전당대회를 열어 내년 대선 국면까지 당을 이끌 지도자와 최고위원 5명(지명직 2명 제외)을 선출한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당대표 직무 체제로 갈 것이고, 최고위원 선출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