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고등보건청(HAS)은 9일(현지시간) 첫 접종 때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55세 미만은 두 번째 접종에서는 mRNA(전령RNAㆍ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으로 바꿔 맞으라고 권고했다. 개발 방식이 다른 백신을 차례로 맞는 이른바 '교차 접종'이다.
AZ 백신이 코로나19 항원 유전자를 아데노바이러스처럼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 주형에 넣어 체내에 집어넣는 전통적 방식으로 개발된 데 비해 mRNA 백신은 항원 유전자를 mRNA 형태로 몸 안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처음 상용화됐는데, 프랑스에서 사용이 승인된 mRNA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두 종류다.
이번 권고의 영향권에는 53만 3천여명이 들어간다. 도미니크 르귈뤼덱 HAS 청장은 언론에 "안전을 위한 논리적 선택이었고 프랑스 인구를 대상으로 거대한 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 접근 방식"이라며 "매우 드물다 해도 혈전을 유발하는 사고에 사람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결정은 독일의 선례를 참고했다. 독일 예방접종위원회는 이달 1일 AZ백신을 맞은 60세 미만에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으로 2차 접종을 하라고 권고했다. 주요 국가가 결정한 첫 교차 접종 권고였다.
두 나라 뿐 아니라, 현재 영국에선 교차 접종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고 미국도 특수 상황에 한해 교차 접종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검토는 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기남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8일 브리핑에서 혈전 문제로 AZ백신 2차 접종이 일부 연령대를 대상으로 제한될 경우 어떤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상황이면 교차 접종을 포함한 2차 접종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올 상반기에 백신 상당수가 AZ제품이어서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6월까지 국내에 들어올 백신 총 1808만 8천회분 중 AZ백신이 1067만 4천회분(59%)으로 가장 비중이 크고, 화이자를 제외한 나머지 백신은 아직 초도 물량 계획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44일 동안 국민의 약 2.22%가 1차 접종을 마쳤다. 이날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전날 하루 백신 신규 접종자는 8710명이다. 이로써 지난 2월 26일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1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총 115만 6950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인구(5200만명) 대비 접종률은 2.22%다.
누적 1차 접종자 가운데 AZ백신을 맞은 사람이 91만 6780명이고, 화이자 백신을 맞은 사람은 30만 680명이다. 전날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자 1088명이 추가되면서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누적 6만 510명이 됐다. 두 백신 모두 2차례 접종이 필요하다. AZ백신은 8~12주, 화이자 백신은 3주 간격으로 2차 접종이 권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