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불러달라" 아내 외침에도…혼인 한 달 만에 살해

"119 불러달라" 외면하고 도주…법정에서 "살해 의도 없었다" 주장
법원 "부부생활 뜻대로 안 되자 범행…용서도 못 받아" 징역 20년

스마트이미지 제공
"부부생활이 아닌 것 같다. 내 돈을 노리고 사기 친 것 아니냐?"

지난해 7월 23일 밤 집에서 아내(59)와 함께 술을 마시던 김모(59)씨는 부부생활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기 친 것 아니냐"고 물었다.

6월 말부터 동거를 시작해 혼인 신고를 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때였다.

김씨는 아내가 동거 생활에 충실하지 않고 늦은 시각에 귀가하거나, 외박함에도 외박 장소를 알려주지 않고, 지속해서 돈을 요구하자 불만을 품고 있던 상태였다.

김씨의 물음에 아내가 "나 이러고서는 너하고 못 산다"는 답변을 하며 집을 나가 외박하려 하자 김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넌 죽어야 해"라고 소리치며 흉기로 온몸을 마구 찌르고 벴다.


쓰러진 아내가 "119를 불러달라"고 했지만, 김씨는 현장을 달아났다.

범행 후 이웃집에 "아내를 흉기로 찔렀으니 신고해달라"고 말하고는 2시간여 만에 돌아온 김씨는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그 사이 병원으로 이송된 아내는 치료를 받던 중 목숨을 잃었다.

살인죄로 법정에 선 김씨는 "범행 당시 술을 마신 상태에서 피해자로부터 '너같이 무식한 놈' 등 말을 듣고 격분해 부지불식간 범행에 이른 것으로 살인을 저지를 뜻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조영기 부장판사)는 범행 경위와 동기, 사용한 흉기, 공격 부위와 반복성, 범행 직후 행동 등을 종합하면 확정적인 살인의 범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음주로 인한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여부에도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혼인신고를 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기였음에도 피해자가 자기 뜻대로 부부생활을 영위하지 않고 단지 기분 나쁜 언사를 하고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잔혹하게 살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경위와 내용, 그 결과의 중대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죄책이 매우 무겁고, 피해자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다만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과 보호관찰 명령 청구에는 "범죄전력과 성격 등에 비춰볼 때 살인 범죄를 다시 범할 정도의 폭력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재범 위험성도 중간 수준으로 평가됐다"며 기각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김씨는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지난 7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김씨 측은 피해자 유족과 합의할 시간을 달라며 공판을 한 번 더 열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음 공판은 6월 9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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