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년은 KIA 외국인 에이스 에런 브룩스(31)의 아들 웨스틴이다. 웨스틴은 지난해 9월 어머니 휘트니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신호 위반 차량에 사고를 당했다. 휘트니와 딸 먼로는 큰 부상이 웨스틴은 크게 다쳐 생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이에 한창 시즌을 치르던 중임에도 브룩스는 급히 미국으로 건너갔다. KIA는 9월에만 4승을 거둔 에이스를 기꺼이 보냈다. 좌완 에이스 양현종(현 텍사스)은 모자에 웨스틴의 이름을 적고 경기에 나서는 등 KIA 선수단은 브룩스 가족을 위한 특별 패치를 착용하며 쾌유를 빌었다. 키움과 SK 등 상대 선수들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정성이 통했는지 웨스틴은 치료 끝에 병상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 브룩스는 KIA 선수단의 지원에 감동해 메이저리그와 일본 구단들의 구애에도 재계약했다. 이런 가운데 웨스틴이 KIA의 올 시즌 홈 개막전 시구자로 나선 것이다.
이날 웨스틴은 엄마인 휘트니가 먼로를 안고 타석에 들어선 가운데 시포자인 아빠를 향해 시구했다. 사고가 있었는지 전혀 모를 정도로 씩씩하게 공을 던진 웨스틴은 이후 아버지와 포옹했고, 감동의 드라마를 써낸 브룩스 가족에게 광주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가족들이 지켜본 경기가 부담이 된 걸까. 브룩스는 이날 4⅓이닝 10피안타 7실점했다. KIA 타선도 7회 2점, 9회 3점을 뽑아내며 맹추격했지만 6 대 10으로 졌다.
브룩스는 시즌 2패째를 안았다. 지난 4일 두산과 잠실 원정 개막전에서 7⅓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치고도 패전 투수가 된 아쉬움을 털지 못했다.
브룩스는 지난해 23경기 11승 4패 평균자책점 2.50으로 KIA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비록 올 시즌 출발이 좋지 않지만 아들이 위기를 극복해낸 것처럼 부진을 털고 반등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