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윤석열 손잡고 돌아오나…국민의힘과 힘겨루기?

서울‧부산 압승 후 떠난 김종인…복귀 여지 남겨
제3지대 유력주자 윤석열과 회동 가능성 열어둔 김종인
윤석열에 입당 압박하는 국민의힘…야권 단일화 시즌2 예견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4‧7 재보궐선거 압승을 거두고 당을 떠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회동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차기 대선 국면의 역할론에 이목이 집중된다. 서울시장 탈환으로 재기에 성공한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 전 총장에 대한 '구애'에서 '입당 압박'으로 서서히 태세를 전환하는 기류가 흐르면서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떠나는 김종인, 윤석열과 회동엔 여지 남겨…사전 교감 있었나

서울‧부산을 모두 탈환 후 당을 떠난 김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퇴임식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차기 대권주자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야권 유력주자인 윤 전 총장과의 회동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 만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이제 자연인으로서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향해선 "욕심과 갈등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고 언제든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윤 전 총장에 띄우고, 국민의힘은 깎아내린 셈이다. 당 안팎에선 김 전 위원장 자신이 약속한 대로 재보궐선거 직후 직을 내려놓지만, 대선 국면에서 윤 전 총장과 규합해 김 전 위원장이 재등판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전 총장에게 '별의 순간'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을 '별의 순간'으로 비유하며 윤 전 총장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방송 인터뷰에서도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공정'이란 단어 자체가 마치 윤 전 총장의 브랜드처럼 돼버려서 현재 윤 전 총장의 지지도를 끌어올리지 않나 싶다"며 "(윤 전 총장이) 뭐 만나자고 하면 한번 만나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난달 4일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직에서 내려오기 훨씬 전부터 김 전 위원장과 사전 교감을 해온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2019년 조국 사태를 계기로 현 정권과 대립하기 시작한 윤 전 총장이 주요 국면에서 정무적으로 적절한 판단을 내렸다는 점과 그동안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을 고려하면 이전부터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관측이다.

◇윤석열에 매달리던 국민의힘, 서울시장 탈환 후 돌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2021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마스크를 벗어 본인 인증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문제는 국민의힘 내부 기류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압승으로 4연패의 사슬을 끊은 국민의힘이 당의 조직력을 과신하며 아쉬울 것 없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은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제3지대가 성공한 적이 없다"며 "대선주자는 큰 정당을 배경으로 삼지 않으면 혼자서 상당 기간을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제3지대에 있는 윤 전 총장이 결국 국민의힘에 합류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야권후보 단일화 시즌 2'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종적으로 당선되긴 했지만 국민의힘 오세훈 시장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단일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진통을 겪었다.

대선 국면에서도 제3지대에 있는 윤 전 총장과 후보 단일화가 불가피한 상황인데, 서울시장 단일화 성공을 계기로 단일화 작업을 안일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장 경선의 패배를 승복하고 이번 선거에 힘을 보탠 안 대표도 변수다.

국민의힘과 합당까지 약속한 안 대표 또한 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윤 전 총장과의 관계 설정 등에서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국민의힘이 중심을 잡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이 여전히 안 대표를 향해 "2011년에 안 대표의 지지도가 40% 가까이 갔을 때 그 시기를 놓쳤다"고 평가 절하하면서 야권 주자들 사이에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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