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김종인, 윤석열과 회동엔 여지 남겨…사전 교감 있었나
서울‧부산을 모두 탈환 후 당을 떠난 김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퇴임식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차기 대권주자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야권 유력주자인 윤 전 총장과의 회동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 만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이제 자연인으로서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향해선 "욕심과 갈등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고 언제든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윤 전 총장에 띄우고, 국민의힘은 깎아내린 셈이다. 당 안팎에선 김 전 위원장 자신이 약속한 대로 재보궐선거 직후 직을 내려놓지만, 대선 국면에서 윤 전 총장과 규합해 김 전 위원장이 재등판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전 총장에게 '별의 순간'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을 '별의 순간'으로 비유하며 윤 전 총장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방송 인터뷰에서도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공정'이란 단어 자체가 마치 윤 전 총장의 브랜드처럼 돼버려서 현재 윤 전 총장의 지지도를 끌어올리지 않나 싶다"며 "(윤 전 총장이) 뭐 만나자고 하면 한번 만나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난달 4일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직에서 내려오기 훨씬 전부터 김 전 위원장과 사전 교감을 해온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2019년 조국 사태를 계기로 현 정권과 대립하기 시작한 윤 전 총장이 주요 국면에서 정무적으로 적절한 판단을 내렸다는 점과 그동안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을 고려하면 이전부터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관측이다.
◇윤석열에 매달리던 국민의힘, 서울시장 탈환 후 돌변?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은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제3지대가 성공한 적이 없다"며 "대선주자는 큰 정당을 배경으로 삼지 않으면 혼자서 상당 기간을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제3지대에 있는 윤 전 총장이 결국 국민의힘에 합류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야권후보 단일화 시즌 2'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종적으로 당선되긴 했지만 국민의힘 오세훈 시장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단일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진통을 겪었다.
대선 국면에서도 제3지대에 있는 윤 전 총장과 후보 단일화가 불가피한 상황인데, 서울시장 단일화 성공을 계기로 단일화 작업을 안일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장 경선의 패배를 승복하고 이번 선거에 힘을 보탠 안 대표도 변수다.
국민의힘과 합당까지 약속한 안 대표 또한 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윤 전 총장과의 관계 설정 등에서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국민의힘이 중심을 잡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이 여전히 안 대표를 향해 "2011년에 안 대표의 지지도가 40% 가까이 갔을 때 그 시기를 놓쳤다"고 평가 절하하면서 야권 주자들 사이에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