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같은 '대형참사' 막으려면···"상설 조사기구 필요"

"6년 전 제시된 국가교통사고 조사위 신설안 답보" 지적
'10년 주기설'·'규제포획 고착화'···"조사과정 널리 공개돼야"

세월호 인양작업. 사진공동취재단
4·16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두고 '대형 해양재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상설조사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9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해양재난 사고조사 체계의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대형 교통재난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유와 조사체계에 대해 논의했다.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해마다 접수되는 해양사고 건수는 증가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5년 2887건이었던 해양사고는 2017년 3631건, 지난 2019년 4505건으로 늘었다. 심판원의 심판을 청구한 건수는 지난 2018년 168건에서 2019년 204건으로 증가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한선 안전연구실장은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스웨덴의 사고조사국(SAIA) 등 해외 조사기구의 사례를 들었다.

SAIA의 경우 스웨덴 법무부 소속이지만 기구와 개별 조사팀은 철저히 독립성을 보장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유형은 정도에 따라 △매우 심각한(very serious) △심각한(serious) △중대한(major) 등 세 가지로 구분되고 기관의 독자성을 유지하기 위해 타 부처의 전문가는 투입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교통안전위원회(JTSB) 역시 정부부처인 국토교통성 소속이지만 인사 교류 없이 인사권과 예산·행정업무가 독립돼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운송 사업자나 임원, 종사자 등 이해관계자들은 위원 선정에서 배제된다. 이들은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국토교통성 장관에게 피해 경감을 위한 시책을 권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징계는 해난심판소에서 별도로 이뤄진다.

박 실장은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같은 국제기구가 제시하는 사고조사 규정을 준수하는 독립적 해양사고 조사기구가 설립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 해양안전심판원은 사고 원인조사뿐 아니라 규정 위반여부를 결정하는 행정심판도 함께 맡고 있다.


감사원과 검찰,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등 수많은 국가기관이 세월호 참사를 조사했음에도 여전히 공신력 있는 결과가 도출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달 22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7주기 "4월 16일의 기억·약속·책임" 기억과 약속의 달 선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국화와 손피켓을 들고 있다. 황진환 기자
한국교통연구원 모창환 연구위원은 "특히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품는 다양한 의문에 대한 답변과 사고원인에 대한 명확한 조사결과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에 의해 통제되는 '국가교통사고 조사위원회'가 사고원인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독립적·객관적·전문적인 조사를 할 수 있어야 조사결과의 신뢰성 문제가 해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통재난이 발생하면 항상 후속대책을 거창하게 논의하지만 임기응변적인 대책만 과장해 시행하고 근본적 대책은 부처 간 갈등과 예산배분의 문제 등으로 인해 시행하지 못한다"며 "국가교통사고 조사위원회 신설안은 세월호 참사의 핵심대책으로 2015년 구체적으로 제시됐지만 시행되지 않았다. 지난해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아직 입법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부터 1993년 서해 페리호 침몰사건,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등 대형 교통재난이 10년에 한번 발생한다는 '10년 주기설'도 언급됐다.

모 연구위원은 "세월호 발생 후 7년이 지난 지금 바로 시급하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제2의 세월호, 항공재난, 철도재난, 대형 도로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안전규제를 회피하려는 이해단체의 조직적 시도가 성공했을 때, 즉 '규제포획'(regulatory capture) 현상이 고착화됐을 때 재난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이어 "교통산업에 있어 민관유착과 독과점은 교통안전과 같은 공익을 외면해 미래 재난발생을 일으키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며 "아무리 촘촘하게 10중·20중의 재난 방지와 대응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도 기업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정치적 로비로 규제를 무용화하면 안전시스템이 붕괴하면서 교통재난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사고 조사과정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진우 교수는 "조사에서의 객관성·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또 조사결과를 관계자에게 활용해 안전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조사과정과 결과가 관계자뿐 아니라 국민 일반에게 널리 공개돼야 한다"며 "기업의 영업비밀과 국민의 알권리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비교형량을 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인 장훈 사참위 자문위원은 "수사권이 없는 조사기구와 수사기관 간 협력적 공조체계를 이루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법 처벌에 국한되지 않는 진상규명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형 해양참사는 6건이 넘지만 매번 생색내기용 처벌로 마무리하고 근본적 예방대책은 실효성을 갖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박근혜 정권 당시 보여준 해양안전심판원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태도는 조사기구, 연구기관으로서의 신뢰를 크게 손상시켰다. 독립적 상시 조사기구가 필요한 이유"라며 "사참위는 피해자들뿐 아니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춘 조사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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