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 살인·절도·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 침해 등 5개 혐의를 받는 김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포토라인에 선 김씨는 "죄송하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검은색 긴팔 상의를 입고 포승줄에 묶인 채 모습을 드러낸 김씨는 덤덤한 표정으로 경찰서 입구에 모여 있는 취재진을 둘러봤다. 이어 "기자님들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못 드릴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씀 없나'고 묻자 김씨는 양쪽에서 팔을 붙잡고 있는 경찰관들에게 "잠깐 팔 좀 놔달라"고 요구했다.
경찰관이 붙잡고 있던 팔을 놓자 김씨는 무릎을 꿇었다. 김씨는 "이렇게 뻔뻔하게 눈을 뜨고 있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며 "살아있다는 것도 정말 제 자신이 뻔뻔하게 생각이 들고, 유가족분들과 저로 인해 피해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어머니께 한 말씀 해달라'고 말하자 "볼 면목이 없다 솔직히"라고 말했다. 김씨의 목에는 범행 직후 시도한 자해 상처를 치료한 것으로 보이는 흰색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김씨는 '마스크를 벗어 줄 수 있나'는 취재진의 요구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마스크를 잠시 벗었다가 다시 썼다. 김씨는 답변하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거나 좌우로 흔들기도 했다.
모든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로 일관하던 김씨는 "일단은 죄송하다는 말밖엔 못 드리겠다"고 말한 뒤 호송차에 올라탔다.
이날 도봉경찰서에는 오전 일찍부터 다수의 취재진이 몰렸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폴리스라인 양옆으로 경찰 십여 명이 대기했다.
김씨는 범행 직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생각으로 목 등 여러 부위에 자해를 시도했다. 경찰은 김씨가 갈증을 느끼자 냉장고 안에서 술 등 음료를 꺼내 마신 정황도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밥이나 다른 걸 먹은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며 "특별히 의미있는 행동을 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주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A씨의 근무 일정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김씨는 게임상에서 다른 아이디로 접속해 A씨에게 접근한 뒤 A씨의 근무 일정을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범행 당일인 23일 A씨가 직장에 출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뒤이은 24일과 25일은 A씨의 휴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살인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방법 등을 검색하기도 했다. 세 모녀의 자택에 침입하면서는 갈아입을 옷도 미리 준비해갔다. 다만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당일 마트에서 훔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와 A씨는 지난해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됐다. 이후 개인적 연락을 주고받다 지난 1월 초와 중순, 두 차례 만나 게임을 같이 했다. 이후 다른 게임 친구 2명과 만난 1월 23일 식사 자리에서 다툼이 생겼고, A씨가 다음 날 김씨를 '차단'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김씨가 A씨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해왔다고 보고 있다. A씨가 김씨에게 명시적으로 찾아오거나 연락하지 말라는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김씨가 계속해서 접촉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다만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은 올해 10월부터 시행 예정인 만큼 김씨에게는 적용이 불가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적용 가능한 법을 최대한 적용했다"며 "스토킹에 대해서는 경범죄처벌법을 의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총 4차례 김씨를 조사하는 한편, 프로파일러 4명을 투입해 범행동기와 범죄심리 등을 파악했다. 프로파일러들은 김씨에 대한 심층 면담 자료를 분석해 오늘부터 사이코패스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김씨에 대한 수사는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에서 이어간다.
김씨는 이날 인권감독관, 주임검사의 면담을 거친 뒤 동부구치소에 입감될 예정이다. 검찰은 "유족 등 피해자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범죄피해자 지원을 위해 장례비 12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