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원 55% 재산고지 거부…투기 의혹에 제도 악용까지

사실상 규제 방법 없어 '공직자윤리법 취지 무색'…세종참여 "제도 정비 절실"
국민의힘 "시의원 돈벌이 수단 아냐…명예 대신 부 선택하려면 의원직 사퇴해야"

국민의힘 세종시당 제공
정의당 세종시당 제공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세종시의회 의원들이 재산 고지까지 거부해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 등에 따르면 세종시의원 18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명이 이번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직계비존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투기 의혹에 이어 관련법의 맹점을 악용한 셈으로 공분을 사고 있지만, 사실상 이를 규제할 방법은 없다. '공직자 윤리'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으로 제도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실제 모친의 토지 매입으로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태환 의장은 부모, 두 명 모두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이 의장의 경우 "모친이 매입한 토지로 정보 취득이나 매입 과정을 알지 못한다"거나 "혐의는 모친에 있다"며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해왔지만, 정작 모친의 재산 고지는 거부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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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개설 예정지 인근 농지 매입으로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채평석 의원은 장남과 차남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채 의원은 "농사 목적"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토지 매입 과정에서 8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이 여전한데다, 두 아들의 재산 고지를 거부하면서 추가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 박용희, 손현옥, 임채성 등 재임 중 농지를 취득해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과 LH 사태 후 새롭게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 대부분이 재산 고지 거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성은정 사무처장은 "재산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일부 의원들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데, 내년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 이런 악용을 방지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TF팀 구성 등을 제안할 예정"이라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공개를 하지 못할 경우에도 최대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의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세종시당은 김양곤 수석대변인은 "이태환 의장처럼 기존에 의혹이 제기됐던 의원들은 이번에 재산을 공개하는 것이 떳떳하고 옳았다"고 밝혔다.

이어 "재산고지 거부 의원 명단을 보면 의심스러운 분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시의원은 돈벌이 수단이 아닌 만큼 명예가 아니라 부를 선택하려면 의원직을 사퇴하고 땅을 사든 카지노에 가든 하고픈 대로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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