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침 가한 김종인 "자신들 승리로 착각 말라"…초선의원들 동조
4‧7재보궐 선거를 압승으로 이끈 김 위원장은 8일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당을 떠났다. 지난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총선 참패 후 당 개혁을 위해 띄운 김종인호(號)는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는 게 중론이다.
김 위원장은 떠나는 날까지 국민의힘을 향해 의미심장한 일침을 가하며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준비를 당부했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 승리를 착각하고 개혁의 고삐를 늦춘다면 정권교체 기회는 소멸될 것"이라며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 세력에 의존하려고 하거나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하는 사람이 아직 내부에 많다"고 지적했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였던 오세훈 시장 대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당내 인사들을 재차 저격한 발언으로 보인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 전 총장이 현재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도 이번 서울시장 경선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단 점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과 초선의원들은 같은날 기자회견에서 '특정 지역 정당'이란 단어를 똑같이 사용하며 마치 사전에 조율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정 지역이 '영남권'을 지칭한 것으로 읽히면서 '중도층'을 향한 개혁에 방점을 둔 셈이다. 일부 초선의원들의 전대 출마설이 돌면서 개혁을 표방한 '초선'이 당의 간판으로 나서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혁' 초선들 전대 출마설도…지연되는 '안철수와의 합당'
재보궐선거 승리 직후 이처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가운데 이날 의원총회에선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와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 등이 거론됐다. 이번 전대는 단순히 당 지도부를 선출한다는 의미를 넘어 대선을 앞두고 야권 통합의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당내 수도권 초선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선거 승리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들 몸소 느꼈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윤석열, 안철수, 홍준표 등 야권 잠룡들이 모두 모여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데 다들 공감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재보궐 선거 이후 국민의힘과 합당을 약속했던 안 대표는 속도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조건 없는' 통합을 강조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결이 달라진 셈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 대표가 국민의힘 지도체제가 확립된 이후 합당을 추진해 최대한 많은 지분을 차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아마 우리당의 전대가 끝나고 체제가 확립된 이후에 안 대표가 '일대일 합당'을 추진하려는 것 같다"며 "통합 전대 때 들어오면 세력이 없는 안 대표 입장에서 전혀 힘을 쓸 수 없기 때문에 합당 시기를 뒤로 늦추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