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8일 "올해 주요과제로 '스포츠분야 정책권고 이행 점검'을 선정했다"며 "앞으로 직장운동경기부 선수 인권보호 및 증진 권고에 대한 각 기관의 이행실태를 면밀히 점검함으로써 권고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꼼꼼히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19년 직장운동경기부 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장관, 광역지자체장·시도체육회장 등 266개 기관장에게 직장운동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지난해 7월 29일 권고했다.
지난 2019년 1월 심 선수가 오랜 기간 조재범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폭행 및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권위는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을 꾸려 대대적 조사에 들어갔다. 지자체 및 공공기관 소속으로 활동하는 직장운동경기부 선수 40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선수들은 운동을 업으로 하는 성인임에도 과도한 사생활 통제와 부당한 근로계약 등 반(反)인권적 상황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성폭력은 여성 선수들의 피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자들이 당한 성희롱 경험은 309건으로 여성 선수가 73.8%(228건)로 남성 선수(26.2%·81건)를 훨씬 앞섰다. 피해유형은 △특정 신체부위·외모 등에 대한 성적 농담(10.5%·65건) △불필요한 신체접촉(8.4%·52건) △듣고 싶지 않은 음담패설·성적 비유 등(7.6%·47건) 등으로 조사됐다.
피해장소는 선수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훈련장 및 경기장'(213건)이 가장 많았고, △회식자리(51건) △라커룸(28건) 등이 뒤를 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직장운동경기부 선수의 86.4%는 합숙소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신체 민감부위를 만지는 등의 성폭력 피해도 52건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여성 선수의 비율(71.1%·37건)이 남성 선수(28.8%·15건)의 2배를 훌쩍 넘겼다. 선수들은 △가슴이나 엉덩이 등을 강제로 만지는 성폭력(3.2%·21건) △강제키스나 포옹(2%·13건) △신체부위를 몰래 도는 강제 촬영(1%·7건) 등의 피해를 겪었다고 답변했다.
불공정한 계약을 맺고 필드에서 뛰는 경우도 태반이었다. 심층면접조사 결과, 직장운동경기부 선수들은 본인의 연봉은 물론 구체적인 계약내용을 알지 못한 채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 선수 당사자가 아닌 지도자(감독)에 의해 연봉, 근로조건이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관행도 있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인권위는 "직장운동경기부 선수들의 언어적·신체적 폭력, 성폭력 피해 등은 헌법 상 인격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이를 구제하고 예방하기 위해 선수 및 지도자의 행동규범, 훈련장 및 숙소생활 등 인권침해 예방 인프라 구축, 심리·법률상담 등 피해자 지원 강화 등 종합적이고 체계화된 '직장운동경기부 선수 인권보장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정부가 직장운동경기부 근로계약 실태를 파악해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하고 사용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팀 내 폭력의 온상이 된 합숙소 또한 폐지하거나 선수생활관(훈련 사이 휴식공간)으로 전환할 것 등을 제언했다. 불가피하게 운영될 경우에도 '1인 1실'이나 '2인 1실'의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권고를 받은 관계기관들은 수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법령과 조례, 규정 제·개정 등을 통해 △인권보호내용을 포함한 '직장운동경기부 운영규정' 마련 의무화 △표준계약서 개발 및 보급 △'합숙소 운영관리사항'의 지침 명문화 등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또 향후 '선수 맞춤형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1인 1실 등 합숙시설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는 이행계획도 인권위 측에 통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권고사항이 조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