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소리가 절로 나오는 가격이었다.
지난 2017년 전국을 휩쓸었던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아이들이 먹는 계란은 꼭 유기농만 사는 정모(40)씨. "요즘 핫하다"며 동료에게 소개받은 온라인 새벽배송 마켓 어플을 켜고 상품을 검색하다 가격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계란의 난각번호 맨 마지막 숫자는 닭이 어떤 환경에서 알을 낳았는지 알려준다.
1부터 4까지 표기되는데, 1은 자연방목한 암탉이 낳은 알, 2번은 축사 내 방, 3번 개선 케이지, 4번 케이지 사육된 닭이 낳은 알을 뜻한다.
보통 숫자가 줄어들수록 가격은 높아진다. 반면 이 마켓의 계란은 예외였다.
유기농 방사닭을 3천원대 가격에 판매하는 '오아시스'는 유기농 제품을 업계 최저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SSG닷컴과 마켓컬리에 이어 새벽배송 3위 업체지만 성장세는 무섭다.
회원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회원은 70만명을 넘어서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여겨볼 점은 재구매율이다. '유기농의 대중화'라는 슬로건으로 전체 상품의 80%가 친환경, 유기농 상품이지만 중간 유통업체(벤더) 없이 직매입으로 상품을 구성해 타 사이트 대비 최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새벽배송 선두주자격인 마켓컬리의 난각번호 1번 유기농 자연방사 유정란 10구 가격은 7200원으로 오아시스의 3300원보다 두 배 넘게 비싸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우리생활협동조합 매장에서 '세상에 없는 가격'으로 유기농 상품을 판매한다는 정책을 그대로 온라인에서도 실현하고 있다"며 "우유는 1500원, 콩나물 700원, 두부 2모 2200원으로 판매하며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려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 주문앱 개발한 회사는 왜 새벽배송을 시작했나…숯 납품하던 대표의 '빅픽쳐'
오아시스마켓의 모회사는 IT 솔루션 업체인 지어소프트다. 스타벅스 e- e-frequency 고도화 작업을 진행했고, 카카오톡 알림톡을 보낼 수 있는 아이톡비즈를 개발했다.
IT기업이 새벽배송을 한 이유는 대표이사의 '경력'에서 찾을 수 있다.
지어소프트 김영준 대표는 15년 전 강원도에서 숯을 납품하던 생산업자였다. 제품을 판매하면서 유기농 유통에 눈을 떴고, 우리생활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생활협동조합 물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설립한 오아시스마켓은 2015년부터 직영 오프라인 매장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39곳의 직영 매장을 운영중이다.
오아시스마켓은 최근 비신선식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지난달 오아시스마켓은 "최저가격으로 승부하는 오아시스 브랜드몰" 서비스를 오픈했다. 판매자들에게 결제 수수료 이외에 비용을 일체 받지 않아 판매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한편 배송비를 무료로 통일해 소비자의 부담도 낮췄다.
제로베이스 마진 정책에 힘입어 브랜드몰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 달만에 4만개의 상품이 입점돼 판매중이다.
오아시스는 신선식품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브랜드몰을 통해 더 넓은 분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50억원 규모의 현금 출자로 설립한 신선식품 풀필먼트 회사인 '실크로드'를 통해 비신선식품도 새벽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하반기 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실크로드를 통해 브랜드몰은 물론 인기 있는 판매자 직송 상품들도 새벽배송 서비스로 받아볼 수 있도록 해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