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7일 오후 살인,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모 장모씨와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양부 안모씨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이정빈 가천대 의과대학 법의학 석좌교수는 출석하지 않았다. 정인양의 사인을 재감정한 이 교수는 감정서에서 "사망에 이른 원 사인은 발로 배를 밟힌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 교수는 "사망 당일 오전 9시 40분쯤 아랫집 주민이 항의 방문한 원인이 된 소음이 발생할 즈음, (정인양이) 발로 밟혀 복강 내 장기 등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며 "장간막 파열, 췌장 절단이 서로 다른 밟힘에 의해 따로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췌장이 끊어지면 나타나는 지방 궤사 등의 현상이 정인양에게는 보이지 않아, 췌장 절단이 사망 수일 전에 일어났을 가능성은 적어보인다고 밝혔다. 양부모 측 변호인은 전날 재판부에 '피해자의 복부를 가끔씩 세게 때려 복부가 손상을 입은 상태에서 재차 가격해 췌장이 끊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교수의 감정 결과는 양부모 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장씨가 사망 당일 3차례에 걸쳐 정인양을 찍은 영상을 비롯해 양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는 영상이 법정에서 재생됐다. 영상 속 장씨는 당일 오전 9시 2분쯤 정인양이 음식을 물지도 못하자, 음식을 먹도록 강요하며 욕설했다. 검찰은 "아이의 울음 소리가 뒤에 들리고 어떤 행동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인양이 가정보육 기간마다 상태가 나빠진 모습도 어린이집 CC(폐쇄회로)TV에 포착됐다. 양부모는 정인양을 지난해 7월 16일 이후 두달여 동안 등원시키지 않았다. 9월 23일 어린이집에 모습을 드러낸 정인양은 기아처럼 말라있었고, 교사들이 양부모 몰래 정인양을 병원에 데려갔다.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동안 정인양은 점차 회복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사망 전날인 10월 12일 마지막으로 등원했을 때는 상태가 심각했다. 어린이집 원장이 양부 안씨에게 진료를 강력히 권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정인양) 살이 엄청 빠져서 두 달여 동안 학대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동안에는 (정인양이) 밥도 잘 먹고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9월 29일 장씨는 홀트아동복지회 입양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정인이가 밥을 먹으라고 해도 씹지 않는다. 정이 생기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이날 장씨의 아동학대치사·상습아동학대 혐의 공소사실이 변경됐다. 검찰은 장씨가 정인양의 소장, 대장, 장간막을 찢어지게 했을 뿐 아니라 췌장을 손상시켰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피고인 측은 "살인의 고의는 없었고 아동학대치사죄도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사망을 예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장씨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과 보호관찰 명령을 청구했다. 검찰은 "피부착 명령자(장씨)는 살인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이 있어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 및 보호관찰 명령을 청구한다"고 했다. 이에 변호인은 "재범 위험성은 중간 정도로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며 "피고인이 재범을 저지를 기회나 가능성은 없어보인다"고 맞받았다.
변호인과 검찰 측은 이정빈 교수에 대한 증인을 재차 신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오후 2시 증인 신문을 진행한 뒤 피고인 신문까지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