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낮 12시 반쯤 방문한 서울 종로구 혜화동 제3투표소인 동성고등학교 동성100주년기념관(혜화아트센터 1층)은 2030 젊은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성균관대 등 여러 대학과 청년들이 즐겨찾는 대학로가 인근에 위치한 만큼 중장년층 시민이 주로 많았던 오전과는 상반된 풍경이었다.
20대 대학생 김모씨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한표라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해 투표했다"면서도 "(차기 서울시장에게) 딱히 바라는 게 없다. 그냥 제가 생각할 때 가장 공약이 괜찮은 후보에게 표를 줬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딸의 손을 붙잡고 온 프리랜서 직장인도 있었다. 30대 여성 정모씨는 "재택근무 중이라서 투표하고 빨리 가봐야 한다"고 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들어 "계속 두 분 다 '민생'을 강조하시는데 정책적으로 봤을 때 민생에 총력을 기울이실 수 있는 분이 누가 있을까, 사실 그게 가장 관심사"라며 "여야 중 '어디가 이긴다' 같은 힘의 논리보다는 정말 우리를 위한 정책을 짧게나마 펼칠 수 있는 후보가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서울 지역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한 줄 알고 투표소에 왔다가 허탕을 친 청년들도 꽤 많았다. 사전투표와 달리 본 투표일인 이날은 유권자 본인의 거주지에 따라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투표를 할 수 있다.
대학로에 볼일을 보러왔다 투표소에 들른 20대 남성 정모씨는 주소지인 강북구로 돌아가야 했다. 정씨는 "아직 투표할 사람을 정하지 못했다"며 "좀 더 (공약 내용을) 보고 뽑으려고 한다. 주택 관련 정책을 잘 해줄 수 있는 후보한테 (투표)할 것 같다"고 밝혔다.
본가가 부산이라며 낭패를 본 표정으로 투표소를 황급히 떠난 20대 남성, 거주지는 종로구가 맞지만 투표소를 오인한 여대생도 있었다.
30대 부부인 남편 제모씨와 부인 김모씨는 "재택(근무) 중인데 점심 먹으려고 나왔다가 나온 김에 (투표하러) 왔다"며 "사실 공약은 잘 안 본 것 같다. 보수나 진보 등 당파 쪽을 더 보고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같은 혜화동인데도 투표소가 이곳이 아니라 돌아가는 중이다. 다음부터는 투표를 아무데서나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며 "저희 뒤에서 기다리시던 분도 돌아갔다고 하니 투표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일부 시민은 부모나 자녀, 배우자와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이날 점심 시간대 동성고 투표소에는 약 1시간 동안 40여 명이 넘는 시민이 다녀갔다. '거리두기' 지점을 표시한 정성이 무색하게 텅텅 비어있던 투표소 앞에는 어느덧 열댓 명씩 서있는 모습이었다.
다만, 연령층에 따라 이번 선거에 대한 '온도 차이'도 감지됐다. 투표 직전까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았던 청년층과 달리 지지 정당이 상대적으로 더 확고한 중장년층은 본인의 선택에 자신감을 보였다.
프리랜서 이모(47·남)씨는 "제 기준에 따라 조금 더 '깨끗하다'고 생각되는 후보에게 투표했다"며 특정 후보의 이름을 거론했다. 한 60대 남성 역시 "제 정치성향에 따라 투표했다. 원하는 사람이 시장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보궐선거가 아무리 크게 이슈가 돼도 (투표율) 50%를 넘기기는 쉽지 않다"며 "오히려 후보들이 강하게 부딪히면 투표율이 낮아지는 경향도 있다. 크게 봐도 50% 정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서울 곳곳마다 선거 관련 소동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9시 35분쯤 마포구 아현동 한 아파트 투표소에서는 투표함에 부착된 특수봉인지를 떼어낸 50대 남성 A씨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A씨는 봉인지가 제대로 붙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려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임의동행해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용산경찰서는 전날 오후 8시 35분경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에 오세훈 후보를 암살하겠다는 글을 올린 게시자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강동경찰서는 주택가에서 박영선 후보를 비방하는 유인물이 발견돼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내사 중"이라며 "선관위 수사 의뢰는 아니다. 자체 인지한 사건으로 수거한 유인물만 수십 장인데, 지문 감식을 의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