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컨테이너에서 보낸 2년…"여기 아직 사람이 살고 있어요" ② 태풍이 휩쓸고 간 삼척 어촌마을…피해민들 고통 '여전' ③ 재난 전·후 정신질환 경험 '6.2배' 증가…자살 시도까지 ④ 배상금 지연에 주민 간 갈등도…더딘 일상으로의 복귀 (계속) |
당장 재난 발생 원인제공자의 '책임소재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2019년 강원 고성·속초 대형산불 이후 한국전력공사의 배상금 지급 문제는 첨예한 갈등 사안이다.
취재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월 대한민국과 강원도, 고성군, 속초시 등을 상대로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재난안전법에 근거해 한전에 '구상권 청구'를 하겠다고 결론을 내린 데 따른 조치다. 구상권 청구 비용은 300억여 원으로 파악됐다.
한전이 변제할 채무가 없다는 소(訴)를 제기함에 따라, 시행처 강원도는 반대 소(訴)를 제기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강원도는 늦어도 다음 주 중으로는 반대 소를 법원에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송전으로 들어가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재민들이 떠안게 된다.
이런 가운데 한전은 대형산불의 형사적 책임에 대해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1차 공판기일에서 전 한전 속초지사장 A(60)씨 등 7명의 변호인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 측은 "전신주 설치 하자를 방치했는지에 대해 다퉈볼 필요가 있다"며 "설령 주의 위반이 있다고 해도 산불 발화 원인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로 요구하는 내용이 제각각 표출되면서 한때 산불 관련 비대위는 6개로 쪼개지기도 했다.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등 분열하는 모습도 보였다. 현재는 한전과 배상금 협의를 진행한 '고성산불비상대책위원회'와,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4.4산불 비상대책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이재민들 간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으면서 실제 피해 복구작업에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19년 태풍 미탁으로 어촌마을 일대가 휩쓸린 삼척시 원덕읍에서도 갈남1리와 갈남2리 간 복구작업이 달랐다. 갈남2리에서 만난 이재민은 "이재민들 간 생각이 하나로 모이지 않으면서 입주 날짜도 길어졌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중재 역할이 필요한 지점으로 보인다.
한편 이재민들에게 분배되는 성금 중 일반 성금과 달리, 지정기탁 성금은 상이하게 지급돼 불만도 나온다. 이재민이 많이 발생한 지역일수록 한 가구당 지급되는 지정기탁 성금 파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재난이어도 이재민 발생이 적은 지역은 지원을 받는 성금이 많게 된다. 이 때문에 각 지역 이재민들 간 비교가 되고, 이는 곧 재난지원 불만족으로까지 이어질 우려도 있다.
이어 "이재민들 간 요구하는 것이 상이하기도 하는 등 정부 지원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최대한 빠른 복구를 진행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면서 구호와 관련해서는 "의식주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대비하고 있으며, 특히 주택 피해를 본 이재민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거주 의사를 존중해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딘 일상 복귀로 지쳐가는 이재민들은 "처음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반짝 관심을 두는 듯하다 이제는 마치 '짐'이 된 듯한 기분으로,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 거냐"고 비참함을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