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앞두고 불거진 이른바 'LH 투기 의혹'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탓이다.
하지만 막판 이슈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처가가 보유했던 내곡동 땅, 그리고 오 후보의 측량 참석 거짓말 논란과 맞물린 인근 생태탕집이 흡수했다.
덕분에 여타 정책 경쟁은 실종된 모습이다.
◇'이해충돌'보다 '거짓말공방'으로
선거 전날인 6일까지도 양측의 공방은 '내곡동' 의혹에 집중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6일 기자회견에서 "오세훈 후보는 내곡동 셀프 보상 의혹 앞에서 계속된 말 바꾸기와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시간으로 시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강조했다.
처가 소유 내곡동 땅의 존재를 몰랐다던 오 후보가 "기억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물러선 뒤 인근 생태탕집 주인 등 복수의 목격자가 등장하면서 '정직성'에 흠집이 난 상황.
오 후보 측 김철근 대변인은 목격자들이 출연한 TBS 라디오 방송을 두고 "교통정보를 듣기 위해 라디오를 틀어놓는 택시기사들과 승객을 상대로 하는 민주당의 선전선동"이라며 "방송농단이 서울을 천박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영선 후보는 5일 방송기자클럽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오 후보가 현장을 측량하고 나서 갑자기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내곡동 관련 용역을 실시했다"며 "개발 계획을 사전에 알았다는 의심이 가능하다"고 질타했다.
오세훈 후보는 이에 질세라 "민생엔 관심이 없는 거냐"고 따져 물으면서도 "집값과 관련이 없는 거냐"는 박 후보 반박에 "혹시 생태탕 때문에 관련이 있는 거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밖에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잇달아 열린 3차례 토론에서 두 후보는 내곡동 의혹에 상당 시간을 쏟았다.
특히 지난 2일 내곡동 생태탕집 주인과 아들이 "오세훈 시장을 봤었다"고 공개 증언한 뒤로는 특혜시비나 이해충돌보다 '거짓말 논란'에 발언이 집중됐다.
◇"내곡동 중요하다" VS "선거 포기했나"
야권에서 제기하는 '정권 심판론', 즉 회고적 투표를 피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다만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곡동 얘기는 중요하다"며 "계속 거짓말 시비가 있지 않냐. 이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책 얘기를 많이 하는데 언론들이 많이 보도해 달라"라며 "이번 선거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도 한 번은 검증 대상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반면 야권에서는 여권이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과거 사실을 무리하게 끌어와 부풀렸다고 인식한다. 생태탕집 뉴스도 기획된 인터뷰였다는 입장.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뉴스쇼에서 "민주당이 적어도 집권여당이고 또 자신의 당 소속이 전임 시장을 했는데 공약이나 업적 평가로 가지 않고 내곡동, 생태탕에 집중하는 걸 보고 '선거가 불리하니까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나' 하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질은 오세훈 후보가 특혜를 받았느냐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괜히 분위기에 휩쓸려 잘못 얘기했다가 선거 끝나고 난 뒤에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각별하게 정직하게 얘기하라고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소수정당에서 입에는 올리지만…
그나마 소수정당, 무소속 후보들이 개별적으로 부동산이나 여성인권 같은 이슈를 입에 올리고 있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미래당 오태양, 진보당 송명숙 후보와 정의당, 녹색당 등은 지난 2일 발표한 '반기득권 공동정치선언'에서 "기본소득 도입이나 일자리 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무, 국가재정 패러다임의 혁신적 전환과 같은 정책비전은 찾아볼 수 없다"며 양당을 비판했다.
동시에 불평등 완화, 청년 주거권, 성폭력과 차별 철폐, 환경 정책 등을 주문했다.
정의당 여영국 신임 대표는 지난달 30일부터 '투기 공화국 해체'라는 이름을 내건 전국 순회 일정을 돌고 있다. 양당 주택 공약이 투기를 조장한다고 비판하면서다.
하지만 이들은 비교적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내곡동과 생태탕이 뜨면서 역설적으로 발언권이 좁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