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북미, 북일 대화의 물꼬를 터보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문 대통령은 그 동안 여러 계기에 일본 도쿄 올림픽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도쿄 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한국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지난 2018년 북한이 참여한 평창 동계올림픽을 적극 활용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개최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이룬 바 있다.
마찬가지로 북한이 도쿄올림픽에 참여할 경우 남북, 북미, 북일 대화의 매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이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북한의 김일국 체육상은 지난 2019년 2월 스위스 로잔에서 만나 여자농구, 여자하키, 남녀 유도, 남녀 조정 등 4개 종목의 단일팀을 구성해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기로 합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결국 올림픽 불참을 결정함에 따라 '도쿄의 꿈'은 사라지게 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도쿄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 협력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그러지 못하게 된데 대해 아쉽게 생각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코로나19에 따른 선수 보호를 불참 이유로 제시했지만 도쿄 올림픽에 참가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외교적, 정치적 득실도 따져 본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아베 신조 총리에 이어 스가 요시히데 총리 집권 이후에도 일본인 납치 문제와 대북제재 등 다양한 현안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은 코로나19를 무릅쓰고 도쿄 올림픽에 참여해도 남북, 북미, 북일 관계에서 도모할 것이 크게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불참에도 "남북이 그 동안 국제 경기대회 공동진출 등을 통해서 스포츠 교류를 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킨 경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스포츠 분야 뿐 아니라 다양한 여러 분야에서 그런 계기를 찾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오는 6월 한국에서 열리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경기가 관심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모색하는 다양한 계기에는 오는 추석을 즈음해 남북 이산가족의 화상 상봉을 추진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8.15 경축사에서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을 언급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내년에는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립니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맞는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이라며, "동아시아가 우호와 협력의 기틀을 다지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속에 북한과 중국이 더욱 밀착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 때는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경 동계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의 중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향후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북미관계, 북중관계, 미중관계, 대선을 앞둔 국내 정치동향, 코로나19 진정 여부 등 다양한 변수를 봐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