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컨테이너에서 보낸 2년…"여기 아직 사람이 살고 있어요" ② 태풍이 휩쓸고 간 삼척 어촌마을…피해민들 고통 '여전' ③ 재난 전·후 정신질환 경험 '6.2배' 증가…자살 시도까지 (계속) |
당시 전국 각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잇따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0년이 훌쩍 흐른 현재, 이재민들은 여전히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그러나 당장 경제적 피해는 물론, 신체·정신적 피해를 겪으며 후유증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지난해 처음으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이재민의 피해회복·복구과정을 추적 조사했다. 태풍 콩레이, 링링, 미탁 등 피해부터 포항 지진, 강원 동해안 산불까지 이재민 3701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개별 재난마다 조사한 이재민 수는 다르지만, 전체적인 피해 주민 실태를 파악해 볼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이재민들은 재난 이후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심리상태 조사에 따르면 재난 전에는 13명(0.4%)이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는데, 재난 이후에는 81명(2.2%)이 진단을 받았다. 이는 재난 전·후로 6.2배나 증가한 수치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계획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1.8%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응답했다.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지난 2006년 발행한 '재난 지역 주민의 재난 이후 삶의 질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도 이재민들의 정신건강을 파악해 볼 수 있었다. 지난 2002년과 2003년 발생한 태풍 루사와 매미로 피해를 본 주민들을 조사한 결과, 재난 3년이 지났는데도 우울·불안증을 호소했다.
조사에 따르면 영동지역 주민 592명 중 55%인 325명이 정신적 후유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다. 증상별로는 가슴 두근거림과 소화불량이 각각 22%로 가장 많았고, 이어 두통이 21%, 수면장애 11% 순이었다.
종합하면, 재난 피해 이후 일정 정도 시간이 흘러도 20% 정도 비율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신체적 어려움을 경험해 1년 이내에 회복한 이재민이 경제적 피해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응답한 2.6%와 비교해 27.9% 차이가 나는 수치다.
재난 이후 60세 이상 고연령층 1인 가구에서 빈곤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도 유의미하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빈곤 경험자는 255명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공과금을 기한 내 납부하지 못하거나 식비를 충당하지 못해 끼니를 거르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안전연구실 박상현 팀장은 "2020년 첫 조사에서 가장 큰 성과는 911명의 심리피해 위험군을 발견한 것"이라며 "행정안전부 재난심리회복지원단을 통해 추가적으로 심리지원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만큼 재난피해 지원 정책·제도 개선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에서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 지원하는데도 여전히 다수의 피해자가 일상생활 복귀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재난 피해자들이 조속히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재난 구호·복구 정책기술 개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