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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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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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의 신원이 어제 공개됐습니다. 만 24살의 김태현. 사건은 이렇습니다. 피의자 김태현과 피해자 A씨는 온라인게임을 통해서 온라인상에서 만났어요. 그러다가 여러 번 오프라인 정기모임, 정모라고 하죠. 정모에서 실제로 만나게 됩니다. 이때부터 김태현은 교제를 요구했지만 A씨에게 거절당했고요. 스토킹은 지난 1월부터 시작된 걸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범행을 작심하고 흉기를 챙겨서 택배 배달원을 가장해 그 집에 침입합니다. 집에 들어가서 보니까 피해자의 여동생만 있었어요. 한 30분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다 하면서 살해를 했고 5시간을 더 기다려서 귀가한 어머니 살해하고 1시간 뒤에 귀가한 A씨까지 살해를 한 겁니다. 더 끔찍한 것은 3일 동안 그 집에 머물면서 냉장고에서 맥주와 음식들을 꺼내먹었다고 하는데 휴대폰에서는 ‘사람 빨리 죽이는 법’ ‘마포대교’ 이런 걸 검색한 흔적이 남아 있었답니다. 대체 이 범죄자의 심리는 뭐고 이 험악한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어책은 뭔지 좀 짚어보겠습니다. 우석대학교 김태경 교수 연결을 해 보죠. 김태경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태경>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하나하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수록 너무 충격적인데 우선 이 범죄를 어떻게 규정하시겠어요?
◆ 김태경> 글쎄요, 정보가 빈약한 상태라서 좀 조심스럽기는 한데 애정을 가장한 연쇄살인, 이 정도로 정리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애정을 가장한 연쇄살인.
◆ 김태경> 연쇄살인.
◇ 김현정> 사건을 지금 드러난 데까지만 하나하나 짚어보죠. 온라인상에서 게임을 하면서 친해졌어요. 그러다가 오프라인 모임에서 얼굴을 보게 됐다는 건데 이 남자는 왜 나를 받아주지 않느냐, 왜 교제를 허락하지 않느냐 이 부분에 분노했다는 거거든요. 이거는 뭐라고 보세요?
◆ 김태경> 글쎄요. 서로 무관한 사건의 인과관계를 부여하는 것을 관계사고, 그게 심하면 관계망상이라고 하긴 하는데요. 모든 망상이 관계사고에서 비롯되기는 하지만 ‘관계망상’이라는 진단명은 없습니다. 이 사건 범인의 경우에는 유명인이 자신과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망상장애의 한 유형인 망상장애 가능성은 고려해 볼 수도 있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망상장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고요. 이 사건의 본질은 긴밀한 사이, 사랑하는 사이라는 망상이 아니라 긴밀해져야 하는데 상대 여성이 거부하니까 화가 나서 살해했다라고 보는 게 맞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김현정> 내가 사랑한다고 했는데 받아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런데 피해 여성이 주소 알려준 적이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알아냈느냐 봤더니 언젠가 게임에서 만난 여러 명이 함께 있는 단톡방에 여성이, 피해여성이 택배 사진을 올린 적이 있대요. 그 사진을 확대해서 거기서 주소를 알아내고 그때부터 그 여성의 집 앞을 찾아간 겁니다. 스토킹이 시작된 거죠. 그런데 여성은 만나주지도 않았고 전화번호도 바꿔버렸어요. 이 얘기는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현한 거거든요. 그런데 왜 알아듣지 못하는 겁니까?
◆ 김태경> 상대방이 싫다고 하는 건 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사실은 본인은 사랑했다라고 주장을 하는데 이들의 사랑은 단지 소유욕일 경우가 많고요. 스토킹이 무서운 건 범인이 소유하기로 마음을 먹는 순간 그 대상이 자기 것이 될 때까지, 심지어 죽여서라도 소유하기를 위해서 고군분투한다는 점입니다. 사실은 그들에게 사랑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고 사랑이라는 가면을 쓴 추악한 소유욕 이런 것만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사랑이라는 가면을 쓴 소유욕인데 그게 지독하고 추악하고 끝까지 가는 소유욕이에요?
◆ 김태경> 네, 그래서 스토킹이 무섭습니다.
◇ 김현정> 죽여서라도 갖고 싶다 하는 소유욕?
◆ 김태경> 네.
◇ 김현정> 범행날 행적을 보면 흉기를 챙겨서 택배기사 가장해서 벨을 누르고 집으로 침입을 합니다. 그런데 A씨 여동생이 혼자 있었어요.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5시간 기다려서 어머니 살해하고 다시 한 시간 뒤에 귀가한 A씨. 세 명을 연달아서 살해합니다. 저는 이것도 참 뭔가 이게. 그러니까 A씨한테 대해서 나쁜 감정을 가졌어, A씨를 살해하겠다라고 생각을 했을지 모르지만 왜 전혀 상관도 없는 가족들까지. 왜 그랬을까요?
◆ 김태경> 사실은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로 보이고요. 그래서 아마도 사전 답사를 통해서 그 집에 여성만 3명이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자료가 좀 부족하기는 하지만 지금 드러난 정황만을 감안하면,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사냥감인 큰딸을 기다리면서 마치 방해물을 제거하듯 혹은 분풀이를 하듯이 여동생과 어머니를 살해했을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진술은, 공식 발표는 아니고 조금씩 드러나는 정보들을 저희가 모아봤을 때 이 김태현이 그렇게 얘기했대요. 들어갔는데 동생이 있어서 한 30분간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고민하다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어 하고 내가 살해했다 이렇게 얘기를 했다는데 교수님 생각은 다르시군요. 아예 애초에 세 사람을 다 해칠 생각을 가지고 들어갔다고 보세요?
◆ 김태경> 그 가능성은 충분히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 집에 누가 언제 들어오는지를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또 전혀 이해가 안 가는 다른 부분은 뭐냐 하면 살해 후에 3일이나 그 집에 머물렀어요. 냉장고에서 술도 꺼내 먹고 안주도 꺼내 먹고 이랬다는 거예요. 도망간 것도 아니고 또 즉시 자해한 것도 아니고 3일 동안 먹을 거 먹고 머물다가 자해를 했는데 그 상처도 그렇게 깊지 않았던 걸로 보입니다. 지금 바로 치료받고 조사 받는 것 보면. 이 심리는 어떻게 보십니까?
◆ 김태경> 우선 3일간 범행 장소에 머물면서 사실상 생활을 한 거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김태경> 그래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될 것은 자포자기해서 발각될 때까지 그냥 시신 곁에서 성취감, 혹은 승리감을 즐기는 것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고요. 다음으로는 사냥에 성공한 뒤에 느긋하게 혼자서 승리감에 도취된 상태, 시간을 보냈을 가능성.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탐욕을 충족시켰을 가능성도 사실은 있고요.
◇ 김현정> 또 다른 탐욕. 아니, 세 사람을 살해했는데 또 다른 탐욕이라는 게 무슨 말씀이세요?
◆ 김태경> 그거는 섣부르게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지만 어쨌든 시신 옆에서 뭔가 시간을 보내면서 또 다른 어떤 자기만의 욕구를 충족시켰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는 제기해 볼 수 있고요.
◇ 김현정> 너무도 잔인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교수님이 말씀을 못 하시는 것 같습니다.
◆ 김태경> 완전히 좀 추측에 불과한 거라서 조금 더 면밀한 수사가 필요할 것 같고요. 그 과정에서 완전 범죄를 위해서 증거인멸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휴대폰으로 뭘 검색했나를 보니까 마포대교를 검색했답니다. 이거는 그러면 스스로 어떻게 목숨을 끊으려고까지 생각은 했는데 잘 안 된 걸까요?
◆ 김태경> 글쎄요. 그런 고민이야 했을 수는 있겠지만 자해와 관련해서 자해 목적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스스로 벌주기 위해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조된, 흥분된 감정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달리 말하면 현실감각을 깨우기 위해서 자해를 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범인이 범행 장소에서 고도로 흥분해서 스스로 진정이 잘 안 되는 상태였다면 그래서 자해를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 김태경> 아니요, 너무 지나친 각성 상태에서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요. 각성 상태에서, 흥분돼서 했을 가능성도 두 가지가 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오늘 이 남성에 대한, 김태현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가 있답니다. 정확한 검사를 해 봐야 알기는 알겠습니다마는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 교수님이 좀 유추해 보실 때 소견이 어떻습니까?
◆ 김태경>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부족한 사람인 건 분명해 보이고요. 그래서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김현정> 저도 뭐 전문가는 아닙니다마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이런 생각은 드는데 스토킹 범죄인 건 명백하죠?
◆ 김태경> 네, 최악의 스토킹 범죄.
◇ 김현정> 최악의 스토킹 범죄죠. 쉽지는 않겠습니다마는 평소에 이런 사람들을 좀 우리가 사전에 구별해낼 수가 있나요?
◆ 김태경> 사실은 구별해 낼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구별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고요. 이 말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이기도 하고. 피해자에게 이걸 해결해야 한다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회에서 안전망을 구축해 주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 김현정> 처음에 온라인상에서 게임을 하면서 친해질 때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이상한 사람, 아닌 사람 구별이 안 된다는 거예요. 이 사람은 앞으로 나에게 스토킹을 할 사람, 안 할 사람, 이게 구별이 전혀 안 된다는 거예요.
◆ 김태경> 현실적으로 거의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싫다는데 따라다니는 거 여러분 이건 낭만이나 로맨스가 아닙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이거 다 아니에요. 이제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의 제고가 첫 번째일 것 같고요. 교수님, 스토킹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 처음에는 구별이 안 되더라도 스토킹의 낌새가 보인다 하면 어떻게 대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까요?
◆ 김태경> 사실은 최선의 대안은 경찰에 도움을 청하는 것인데요. 경찰의 도움을 청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지금까지 너무 많아서 그런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들이 모욕감에 굉장히 취약한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거절을 할 때도 모욕감을 유발하지 않게 조금 신경을 쓰는 게 필요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무시당하는 느낌, 모욕을 당했다는 느낌을, 이런 류의 사람들이 받으면 확 또 이게 흥분 상태가 되는군요.
◆ 김태경> 네. 자극시킬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온 국민이 분노하는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게 분노로만 끝나면 안 될 것 같고 지금 스토킹 처벌법 만들어졌지만 역시 허술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까지 보완해서 이번 기회에 반드시 마무리 짓고 가야겠습니다. 김태경 교수님, 고맙습니다.
◆ 김태경> 감사합니다.
◇ 김현정> 우석대학교 김태경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