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아파트 특별공급 축소…이미 엎질러진 물에 '뒷북' 비판

"특공 대상 축소, 전매제한, 실거주 의무…실기(失期)했다"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이한형 기자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로 터를 옮기는 이전기관 종사자에 대한 주택 특별공급(특공)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책을 내놨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주택을 보유하고도 세종시에서 특공을 통해 아파트를 추가 보유해 1가구 2주택으로 엄청난 자산 소득을 누리고 있는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에 대한 대책은 이번에 빠졌다.

또한, 특공으로 아파트를 분양 받고 얼마 되지 않아 인사발령 등으로 세종시를 떠났지만 계속해서 세종 아파트를 보유하는 경우 등 특혜 논란에 대해서도 뾰족한 해결 방법을 내놓지 못했다.

세종시 아파트 특별 공급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됐지만 정부의 대책은 사후 약방문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에서, 본사‧본청을, 임대 말고 건설‧매입해 옮겨 와야

국토교통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지난 5일 '행복도시 주택특별공급 세부 운영기준' 등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고 밝혔다.

행복도시 이전기관 특공 혜택을 줄이기 위해 △수도권에서(일부 예외 둘 수 있음) △건축물 건설 또는 매입으로 △본사‧본청을 △이전하는 기관을 대상으로 하도록 고친 것이다.

비수도권에서 이전해오는 기관, 세종에 본사나 지사를 신설하는 경우, 타지역 지사를 이전하는 경우, 건설‧매입이 아닌 임대 이전 등은 특공을 받을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업별 특공이 별도로 운영되는 문제에서 빚어진 중복 혜택도 금지하겠다는 방침이다.

2011년 4월부터 10년간 운영된 이전기관 특공 제도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계속되자 대대적인 손질에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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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대신 차익' 차단, 소급 적용도 어려워…'진작' 잘했어야"

문제는 이러한 대책이 '시세차익만 남긴 특공' 등 논란을 불러일으킨 기존 사례들에 대한 뾰족한 해결 방법을 포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신규 택지 투기 논란이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70명은 진주 본사와 세종 지사(세종본부)에서 중복으로 아파트 특공을 받았다. 이 중 56명은 분양받은 아파트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처분했는데, 6억 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남긴 경우도 있었다.

세종에서 특공을 받은 직원들이 이곳 본부에서 근무한 기간은 평균 2년 6개월에 불과했다. 2012년 3월 세종본부로 전입해 5월에 특공에 당첨되고는 7월에 전출해나간 직원의 사례도 있었다. LH를 대상으로 한 세종 특공은 2019년 종료된 상태다.

특공 대상 축소와 더불어 지난 1월부터는 전매제한 강화, 7월부터는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지만 이 역시 실기(失期)한 대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강남대 부동산학과 김용민 교수는 정부의 개선책에 대해 "이미 시기가 늦었다"며 "이러한 사태를 사전에 예견하고 차단하는 규정을 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세차익을 본 행위가 당시 규정상 문제가 없는데도 해당 사안을 소급 적용해 환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결국 '진작' 제도를 제대로 설계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부처 대규모 이전도 끝났는데…

대규모 정부 부처의 이전은 이미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점도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는 대목이다.

현재 정부 중앙부처 중 특공 혜택이 남아있는 곳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기업벤처부다. 중기부의 경우 올 1월 이전이 고시됐는데, 현재 세종과 가까운 대전 정부청사에 위치해 있는데도 이전을 추진해 세종 특공 대상이 됐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화를 키운 건 '오른 집값'이다. 세종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지난 1월 1일 기준 전년 대비 70.68% 급등했다. 전국 평균 19.08%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김 교수는 "주택경기가 좋지 않았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 분양 이후 가격 폭등 현상이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특혜가 돼버린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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