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5일 한 검사장에 대한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 차장검사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해 7월 29일 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이었던 정 차장검사와 수사팀이 한 검사장이 있던 용인 법무연수원 사무실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수색할 당시 촬영된 영상들에 대한 증거 조사가 진행됐다.
이 영상들은 대부분 당시 압수수색에 참석했던 수사관이 캠코더로 촬영한 것들이고 일부는 법무연수원 직원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 영상들에는 정 차장검사와 한 검사장 간 몸싸움 자체는 촬영되지 않았지만 전과 후로 두 검사가 대치하는 장면들은 고스란히 담겼다.
검찰이 법정에서 재생한 영상을 보면 몸싸움이 있기 전 수사관이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 영장을 열람하는 모습을 촬영하자 한 검사장은 "이게 뭐 하자는 거에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그러자 정 차장검사는 해당 수사관에게 캠코더를 내려놓으라는 손짓을 한다.
이후 영상들은 몸싸움 이후에 촬영된 것들로 여기에는 한 검사장과 정 차장이 보다 노골적인 갈등을 빚는 장면들이 담겼다. 한 검사장이 "제가 휴대전화 전화번호 비밀번호를 넣으려는 상황에서 정진웅 부장이 잡고 넘어뜨렸고 바닥에 굴렀다"고 말하며 강하게 항의하자 정 차장검사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면서 한 검사장은 "내가 번호 누르는 과정에서 팔 잡고 넘어뜨린 거죠? 여기 보면 저는 상처를 입었어요. 그걸 본인(정 차장검사)이 인정하셨어요"라며 어조를 높였고 정 차장검사는 "원래 페이스 아이디를 이용하시지 않습니까"라며 맞받았다. 얼굴인식으로 화면을 열면 되는데 휴대전화 화면을 손으로 누른 게 이상하다는 주장이었다.
그전까지 다소 위축된 모습이었던 정 차장검사도 이 무렵 본격적으로 언성을 높이며 "그걸 왜 범죄라고 평가하십니까. 이게 무슨 범죄입니까"라고 말했다. 정 차장검사와 함께 압수수색 현장에 나왔던 장태영 검사는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후 한 검사장은 곧바로 펜을 들어 정 차장검사가 자신을 폭행했다는 고소장을 수기로 작성하면서 장 검사를 통해 변호인에게 압수수색 충돌 상황을 알렸다. 도중에 한 검사장이 외부로 이러한 사실을 알리겠다며 사무실 컴퓨터를 사용하자 정 차장검사가 제지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또다시 말싸움으로 번졌다.
한 검사장은 "개인적인 메신저를 하는 걸 볼 필요는 없잖아요. 압수수색하는 사람이 왕이 아니잖아요" "사람 패는 건 죄에요"라며 강한 어조로 말하자 정 차장검사는 사용을 차마 막지는 못한 채 외부와 통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반복한다.
그럴 때마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님. 저는 지금 고소하는 사람입니다", "통신을 왜 못해요. 법을 좀 알고 얘기하세요. 영장을 가지고 오세요"라는 등 정 차장검사의 요구가 터무니없다는 자세를 취했다.
촬영 중간중간 한 검사장은 자신의 팔을 보여주며 폭행을 당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밖에 한 검사장이 장 검사에게 "이 수사가 정말 정당하다고 생각하냐"고 물었고 장 검사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하는 모습 등도 영상에 담겼다.
검찰은 이 영상들을 토대로 정 차장검사가 "제지했다"고 말한 부분을 강조하며 이는 기초적인 폭행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 차장검사는 직접 발언 기회를 요구하며 "제지했다는 부분이 (폭행의) 고의성을 인정했다고 하는 것은 너무 많이 나갔다"며 "그 당시 행동했던 모든 것은 증거인멸 관련 염려 때문에 나온 행동일 뿐 폭행을 하려 한 게 아니라고 말씀드린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한 검사장과 장 검사 둘 모두를 증인으로 채택해 신문하기로 했다. 장 검사에 대해서는 오는 4월 19일 신문하기로 했고 한 검사장은 그 다음 기일에 부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