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아닌 사건이 이동"…대검, 공수처 '재량이첩' 주장에 반대

'이첩 사건도 공수처가 기소 우선권' 주장에 반박
차규근·이규원 재판부가 기소 적절성 검토 예정
공수처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할까…주목

대검찰청. 황진환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서 수사를 다른 기관에 넘긴 사건의 경우에도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판단하겠다는 이른바 '재량이첩' 주장에 대해 대검찰청이 공식적으로 반대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공수처의 사건 이첩과 관련한 기준을 담은 사건·사무규칙 초안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공수처에 전달했다.

앞서 공수처는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비위 사건을 공수처가 직접 수사하지 않고 검경에 이첩하기로 했을 때에도, 최종적으로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공소권 행사를 유보한다는 조건으로 사건을 넘기는 일종의 재량이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검은 '이첩은 수사권 등 특정 권한을 분리해 기관끼리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넘어가는 것'이라는 취지로 공수처의 주장이 위법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권·공소권 등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검사와 경찰청, 공수처에 고유하게 부여된 것이기 때문에, 특정 권한을 공수처가 타 기관에 줄지 말지 결정한다는 발상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최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출국금지 사건을 검찰로 이첩하면서 나왔다. 공수처는 피의자인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검사에 대해 최종적으로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은 지난 1일 피의자들을 직접 기소했다.

이번 수원지검의 기소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차 본부장과 이 검사 사건을 맡을 재판부가 판단하게 될 예정이다. 최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공수처가 검사의 범죄사건에 대한 수사권·공소권을 검찰보다 우선해 보유·행사하는가'라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해 "담당 재판부가 법률을 해석·적용해 판단할 사항"이라고 회신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연합뉴스
공수처가 '수사 후 사건을 송치하라'는 공문을 검찰에 보냈는데도 이번 기소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수원지검의 기소를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한다면 공소기각을 선고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없다고 보고 본안재판이 진행된다면 공수처는 체면을 구기게 되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검찰과 공소권을 놓고 다투는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일단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가 이뤄진 상황에서 공수처가 권한쟁의심판에 나설 경우 '기관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권한쟁의심판 신청 여부와 관련해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2일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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