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 대담 :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 김종대> 책 한 권 냈다가 온갖 논란의 중심에 선 분 계십니다. 최근 한미동맹을 진단하는 책이죠.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이 책 나온 지 얼마 안 됐는데요. 벌써 언론에서 난리입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김준형>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 김종대> 일단 책 내신 건 축하는 드려야 되겠는데. 심기가 그렇게 편하지는 않으신 것 같아요.
◆ 김준형> 그렇습니다.
◇ 김종대> 아까 소개해 드린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이 책에서 나온 앞 부분에 있더라고요. 가스라이팅 상태. 제가 보기엔 좀 센 표현인데 이게 아주 엄청나게 논란이 됩니다. 이거 무슨 뜻으로 쓰신 거예요?
◆ 김준형> 사실 말씀하신 것처럼 세고 좀 독한 용어기는 합니다. 그런데 제가 먼저 한 게 아니고 작년에 되게 유행을 했습니다. 보수 쪽이나 극우 인사들이나 또는 전문가들이 북한은 꼼짝 하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북한이 남한 정부를 가스라이팅한다.
◇ 김종대> 가스라이팅한다.
◆ 김준형>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가스라이팅한다라는 데 대한 반박 논지로 생각합니다.
◇ 김종대> 그 용어를 좀 설명해 주세요. 가스라이팅.
◆ 김준형> 가스라이팅은 심리학 용어고요. 사실 요새 그루밍과 함께 우리가 새로 알게 된 용어 중 하나입니다. 구로 친한 관계, 남녀 사이나 데이트 관계나 남편, 아내에서 벌어지는데요. 그래서 친한 관계라는 게 전제되어야 되고요. 두 번째는 압도적이어서 상대방의 의식까지 지배를 해서 뭔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상태를 가스라이팅이라고 합니다.
◇ 김종대> 그냥 압박을 해 대고.
◆ 김준형> 그렇습니다. 가스라이팅이라는 건 영국에서 출발을 했는데요. 북한은 이 두 가지에도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주장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우리가 북한보다 훨씬 더 강하고요. 그 다음에 친한 관계 아니고요. 그런데 이 주장을 원래 했던 사람들의 논리는 뭐냐 하면 북한의 떼를 받아주는,소위 말하면 북한의 도발을 받아주는 걸 마치 가스라이팅 이라 하는데 이게 아니다.
오히려 가스라이팅이 벌어질 수 있는 부분은 한미관계인 거고 그 한미관계는 친하고. 워낙 압도적인 차이가 나니까요. 그런데 늘 그렇다거나 지금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일부 우리 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게 있다고 말씀을 드렸고 그다음에 그 예를 그 책에다 서문입니다, 프롤로그에 이제 사실. 이 책은 제가 한미관계 139년을 역사적으로 거슬러가면서 5년 간 쓴 책이거든요. 그런데 그 프롤로그의 서문에 이제 그 부분을 얘기를 했습니다.
◇ 김종대> 또 앞 부분에 나오더라고요.
◆ 김준형> 맞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예를 들자면 작년에 모 의원이 올해 초까지죠. 미국 백악관 앞에 가서 문재인 정부 끌어내라는 시위를 했습니다.
◇ 김종대> 누구인지 압니다. 신문에 많이 나왔어요.
◆ 김준형> 그렇죠. 그다음에 하노이 회담 하기 전에 하노이 가셔서 하노이에서 절대로 타협하면 안 된다고 하셨던 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FTA, 한미FTA 할 때 우리 협상팀에 있던 사람이 나오면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죽도록 싸웠다. 이게 위키리스크에 이미 발표된 겁니다. 그런 것들은 우리가 사실상 우리의 국익이 아니라 미국 쪽에 지나치게 그런 합리적인 사고를 못 했다는 몇 가지 예를 들었던 부분이었습니다.
◇ 김종대> 그러니까 합리적 사고가 아니라 동맹을 신화화하고 미국에 의해서 순치되는 현상, 이걸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쓰셨는데 이게 보수언론에서는 이게 데이트 폭력에 나오는 용어라고 미국이 한국을 그렇게 대하고 있다는 얘기냐 이러면서 뭐 굉장히 사납게 사설도 나오고 그래요. 어때요, 느낌이?
◆ 김준형> 제가 원래 오해받고 이렇게 누명쓰는 걸 자지러지게 싫어하는데요. 하여튼 지난 며칠 동안 좀 힘들었습니다.
◇ 김종대> 힘들었어요? 그래도 책은 굉장히 홍보가 됐어요.
◆ 김준형> 제가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노이즈마케팅이 돼버렸어요.
◇ 김종대> 원하던 바는 아니었다, 이렇게 말씀을 하지만 사실은 이 부분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인 것은 틀림없어요.
◆ 김준형> 그렇기는 합니다.
◇ 김종대> 사실 동맹에 대해서 맹신하고 신화화하고 그러면서 우리 사고가 순치되는 현상. 이 책에도 일부 이유가 나와 있는 것 같아요. 왜 그렇습니까, 이게?
◆ 김준형> 저는 제가 소신입니다, 사실. 평생 소신이고요. 물론 이제 이것을 과연 현직 차관급이 해서 되느냐는 비판이 굉장히 많았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외교부에 부담을 주거나 또 우리 정부에 부담을 준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좀 유감이 있습니다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제는 이 얘기를 할 때가 되었고 미래에 성숙한 한미관계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이 얘기를 한 이유는 국가의 관계는 철저하게 실용적이고 국가 이익에 기반해야 된다 생각합니다. 제가 평소에 동맹이 아무리 중요해도 한국의 이익, 우리나라의 이익보다 중요하지 않느냐는 말은 굉장히 상식적이잖아요.
◇ 김종대> 원래라면 당연한 말인데.
◆ 김준형> 그런데 이 말을 굉장히 불편해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어떻게 우리 이익과 한미동맹이 갈릴 수가 있느냐, 이익이 달라질 수, 달라질 수 있죠. 우리가 트럼프 정부 때도 경험했지 않습니까? 제가 그 부분을 서문에도 썼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게서 군사 분담금을 받아내기는 뉴욕의 아파트 월세 받기보다 쉬웠다.
◇ 김종대> 아주 모욕적인 발언.
◆ 김준형> 모욕적인 발언이죠. 사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도 할 말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고요. 그다음에 제가 이제 신화라고 쓴 것은 한미동맹 중요하죠. 저는 한미동맹 굉장히 우리에게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세계 1위의 국가를 우리 동맹으로 갖고 있으니까 이건 자산이죠. 그래서 제가 무슨 말까지 했느냐 하면 오히려 친미가 우리가 스스로 이 동북아의 안보를 다 무기체계를 갖추고 하려면 엄청난 재원이 들지 않습니까? 오히려 미국을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만약 친미.
◇ 김종대> 그래서 영미주의도 있고.
◆ 김준형> 그렇죠. 그런 부분에서라면 저는 친미가 맞다고 보는데 문제는 지나치게 신화화돼 있다는 부분은 우리의 역사에 그런 부분이 있었다는 부분을 제가 짚었습니다.
◇ 김종대> 그래요. 아니, 역사 속에서 그런 부분들이 있다. 지나치게 편향되고 신화화됐다, 이런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에필로그에도 여러 번 반복이 되고. 그러면 바로잡는다는 개념인데 이것을 어떻게 바로잡느냐. 거기 동맹 조정이라는 말이 나와요. 뭘 조정한다는 얘기예요?
◆ 김준형> 사실 미국 쪽에서도 그런 얘기가 많이 나오거든요. 왜냐하면 시대는 변하는 것이고 동맹이라는 것은 원래 우리가 전쟁의 산물이었지 않습니까? 북한의 남침에 대한, 사실 그게 전쟁이 끝나고 재남침을 막고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서 만든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미관계는 굉장히 깊어져도 맞지만 한미관계가 깊다는 말은 늘 좋은 바람직한 거지만 한미동맹이 깊어진다는 것은 우리의 대외 환경이나 남북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때로는 그게 우리한테 안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 김종대> 그러니까 동맹이 강화된다는 것은 동맹은 안보를 보장하자는 거니까.
◆ 김준형> 그렇죠. 적의 위협이 커진다는 얘기죠.
◇ 김종대> 그렇다면 오히려 안보 상황이 안 좋은 거다.
◆ 김준형> 그러니까 늘 좋은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죠. 상당히 도발적인 얘기가 될 수는 있죠.
◇ 김종대> 저한테는 그렇게 들립니다.
◆ 김준형> 그렇다면 어떻게 가냐는 결국 실용주의였습니다. 저는. 이게 이념 싸움이 되는 게 아니라. 특히 우리가 트럼프 정부를 지나면서 그냥 한미동맹은 달라질 수 있구나, 서로 이익이. 갈라질 때는 우리의 이익을 가지고 미국하고도 딜을 해야 된다. 미국한테도 우리가 할 말을 해야 된다. 그리고 제가 강조한 부분은 미국은 그래도 다른 국가와는 달리 한미동맹의 역사에 있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는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 가스라이팅 얘기하면서도 미국이 치밀하게 계획을 해서 한국을 조정한다는 것은 지나친 얘기다. 그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미국한테 스스로 좀 규제한다.
◇ 김종대> 스스로 기어들어간다.
◆ 김준형> 아니, 뭐... 규제한다. 그건 너무 심한 표현이고요.
◆ 김준형> 그런데 스스로 우리가 미국하고 불편한 관계에 있고 뭔가 이익이 달라질 때 이것을 조정하고 협상하기 전에 우리가 미리 미국이 불편하지 않게 좀 우리의 요구를 좀 축소시켜서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그럴 필요가 없다 이런 것이었습니다.
◇ 김종대> 그런데 미국 앞에서 왠지 기가 죽고 또 왠지 어떤 의존하고 싶고 또 우리를 지켜줄 것 같고 이런 어떤 문화적이고 정서적인 요인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 가운데다가 우리 김준형 원장님이 옳은 말을 했다 치더라도 그것이 기존 어떤 정서에는 도전으로 비쳐지는 거예요.
◆ 김준형>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 사실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제가 엄청나게 얻어맞고 있고 경질시켜야 된다는 얘기까지 듣고 있습니다.
◇ 김종대> 알겠습니다. 그러면 동맹의 어떤 그늘을 한번 짚어볼게요. 전시작전권 문제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때 이번 정부 임기 중에 전환 끝내겠다, 이랬는데 기미가 안 보여요, 기미가. 이거 다음 정부에도 될지 모르겠어요. 이거 어떻게 보십니까, 이거?
◆ 김준형> 김종대 의원님의 관심사이기도 하고 전공분야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말씀처럼 실질적으로 공약이었고요. 또 미국도 그 공약에 대해서 별로 반대하지 않았는데요. 이제 이게 사실 박근혜 정부에 아시다시피 조건에 기초를 하다 보니 이 조건이 완성된다는 것이 얼마나 주관적인 판단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미국이 지금 보는 동북아의 전체 상황에서 특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동맹이 힘을 모으는 것은 적어도 군부전략가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보다는 속도를 안 높이는 것 같고.
◇ 김종대> 그 본심이 뭘까요?
◆ 김준형> 저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갑니다, 중국 전략에서.
◇ 김종대> 대중국 전략을 보는 거군요.
◆ 김준형> 대중국 전략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을 때 훨씬 더 주도적으로. 그러니까 자기들 위주의 전략을 짤 수 있는 데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 김종대> 그러니까 인도태평양전략이라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보는 겁니까?
◆ 김준형> 그렇죠. 그런데 저는 그래서 여전히 저는 전시작전권은 환수가 돼야 된다고 믿고 있고요. 그렇다면 군부 쪽이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이나 국무부 쪽에서 한미관계를 생각해서 오히려 정치적 결단을, 군사전략적 결단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 김종대> 그럼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하겠네요. 국방부에 맡길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 김준형>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종대> 어쨌든 전작권에 대해서 조금 화끈하게 통 크게 정치적으로 풀자. 국방당국에 맡겨 놓으면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이런 의견이신 것 같아요. 일단은 최근 한반도 상황 좀 짚어보겠습니다. 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도대체 실체가 뭔지 모르겠어요. 저번에 방송에 나오셔서 뭐라고 그러셨냐 하면 단계적 접근에 바이든 정부가 협력할 것 같다. 일단은 핵동결부터 이렇게 하나씩 짚어가면 어떠냐, 이런 말씀하셨거든요. 그런데 그런 얘기가 안 들려요, 지금.
◆ 김준형> 그렇죠. 지금 제가 그때 했던 얘기가 있습니다. 뭐냐 하면 전략적 인내로는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유 중의 하나가 미국 측 인사들이 전략적 인내는 자기들 한 적이 없다. 특히 오바마 때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거든요.
◇ 김종대> 아니, 오바마가 안 했으면 누가 했습니까?
◆ 김준형> 그러니까 자기들 탓이 아니라 자기들은 북한과 대화를 하려고 했고 그 당시 한국정부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북한하고 대화를 반대했다. 그런 차원에서 오바마 정부가 치고 나가지 못했다, 이게 그때 인사들이고. 제가 만났던 미국인들이 이야기했던 것들입니다. 그러니까 그걸 전략적 인내가 실패한 전략이라는 걸 이미 인식하고 있었고 그다음에 그것이 자기 탓이 아니라는 것은 새로운 바이든 정부에서는 안 할 거라는 생각에 논리적 추론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그렇게 말씀을 드렸고. 그다음에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단계로는 왜 그러냐면 지금 바이든을 구성하고 있는 외교안보팀은 JCPOA라는 이란 딜이 사실상 단계론이지 않습니까?
◇ 김종대> 이란과의 포괄적 핵협정을 말씀하시는 겁니다.
◆ 김준형> 완전히 한 방에 비핵화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10년간의 일몰조항을 두고 단계론을 하는 것이 바로 말씀하신 JCPOA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봤을 때 북한의 핵이 워낙 고도화돼 있기 때문에 단 한 번에 비핵화하는 게 어려우니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잘게 쪼개지는 않겠지만 단계론. 특히 중간 단계론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 지금 외교팀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중간 단계를 하면 일단 북한에게 줄 가능성이 있는 양보를 얘기해야 되잖아요.
◇ 김종대> 상응조치.
◆ 김준형> 상응조치를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이 상응조치가 양보 아닙니까? 그러면 이 정부가 가지고 있는 게 출발부터 북한한테 양보하는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게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지 않습니까?
◇ 김종대> 아니, 그렇게 되면 다시 트럼프로 돌아가는 거지. 처음에 트럼프도 뭔가 할 것처럼 했어요. 그런데 결국 그런 여론에 밀려서 그랬는데 똑같은 거죠.
◆ 김준형> 그래서 저는 곧 발표가 되겠지만 그런 우려점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계속 그 부분 여러 가지 지금 미국에게 인풋을 넣고 있기는 합니다. 예를 들자면 싱가포르 회담을 추인. 왜냐하면 그 자체는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이제 그 다음에 그걸 인정하고 좋은 시그널을 보낸 다음에 교환 조건은 협상하면 되니까. 그 얘기도 하고 있고요. 그다음에 북한은 제재나 압박으로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부분도 되게 강력하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굉장히 듣는 모드였고요. 지난번에 2+2. 블링컨과 오스틴 장관이 왔을 때도 듣는 모드였습니다, 미국이. 미국이 우리에게 상당히 귀기울여 경청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결정은 미국이 하는 거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나오는 바이든의 발언이나 고위층의 발언이 생각보다는 북한에 대해서 굉장히 강하게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 김종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별로 얘기 안 하던 인권 문제, 이런 것까지 더 들고 나와서 상황이 더 꼬이는 걸로 보여지는데요.
◆ 김준형> 그게 이제 지금 정부의 정체성이잖아요. 중국에 대해서도 그렇고 북한에 대해서도 그렇고. 그러니까 정치적 발언은 굉장히 세게 하는데 반드시 그것을 문제는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삼느냐 아니면 협상 중에 나중에 이 문제를 얹느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저는 전제조건을 만약에 삼는다면 이 문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정치적 발언은 그렇게 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나중에 협상 가운데 신뢰가 생긴 다음에 그런 부분을 한다면 저는 나쁘지는 않다고 보는데 조금 두고 봐야 될 것 같아요.
◇ 김종대> UN인권위원회에서 대북결의안이 추진됐고 말레이시아의 북한 비즈니스맨인지 외교관인지 모르겠지만 미국으로 송환됐고 지금 북한으로서는 열받을 일만 차곡차곡 쌓이고 있어요. 단계적으로는 좀 낙관하기 어렵다고 보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김준형> 저도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상당히 우려되는 지점들이 많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바이든의 외교안보팀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팀은 소위 말하는 제재와 압박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의 이분들은 협상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 김종대> 좀 유연합니까?
◆ 김준형> 그 부분에 대해서 협상했을 때 위치 그러니까 북한에 대한 그러한 것들이 협상에 유리한 일종의 전략이라고 본다면 여전히 아직까지 그렇게 기대를 접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김종대> 좋습니다. 아직까지 희망은 충분히 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문제는 언제 돌파구가 열리느냐예요. 우리가 지금 계속 기다리다 지칠 수도 있거든요. 때마침 오늘 미국에서 한미일 안보실장들이 만나고 있습니다. 이 자리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김준형> 지금 미국은 가장 동맹국들과 일단 협의하겠다는 것이고 사실 그리고 아시아가 제일 중요한 것이고 그중에 아시아라고 한다면 미일동맹, 한미동맹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두 장관이 와서 우리 얘기를 들었고 그 다음에 다시 이제 이번에 안보실장들이 가서 미국에서 얘기를 하고 아마 그 이후에 대중국정책이나 대북정책으로 이제 발표하는 그 중간의 프로세스로 과정으로 삼는 것 같습니다. 지금 임박했다는 거겠죠.
◇ 김종대> 임박했다? 좋게 해석하시는 거네요.
◆ 김준형> 그러니까 대북 정책 발표가 임박한 거죠.
◇ 김종대> 대북정책 발표가 임박했다. 이거 뉴스가 됩니다. 곧 기대할 만한 뭔가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그렇게 말씀하신 걸로 저희는 받아들이겠고요. 그런데 북한을 보면 뭘 기대하는 눈치가 아니에요. 얼마 전에 순항미사일 쏴. 그 뒤에 탄도미사일 쐈고 뭘 자꾸 쏴요. 그러면서 미국에 경고를 뻥뻥 날립니다. 앞으로 잠 편히 못 잘 거다, 이런 말까지 했어요. 아니, 북한이 이런 어떤 크고 작은 도발이 혹시 ICBM이나 잠수함 발사 미사일, 전략 도발로 이렇게 이어질 가능성 없습니까?
◆ 김준형> 저도 지금 계속 얘기하는 게 전략 도발까지 가지 않으리라는 게 제 생각이고요. 북한판 전략적 인내라는 말을 제가 했는데요. 그러니까 북한이 적어도 자기가 먼저 그러니까 완전히 희망이 닫혔다. 미국과의 저는 마지막 희망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것이 완전히 닫혔다고 하기 전에 먼저 이 전체 판을 깨버리는 거지 않습니까? 전략 도발하는 순간에 판은 완전히 깨지니까요. 그렇게 봤을 때 상반기는 물론이고 올해 말까지는 저는 작은 도발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전략도발까지는 가지 않으리라는 것이 제 추측입니다. 예상입니다.
◇ 김종대> 그래요?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교착상태라도 차가운 평화라도 유지가 된다라면 그럭저럭 상황은 관리가 될 건데 2017년 상황으로 돌아가서 또 판을 깨는 어떤 협박이 있다든가 이러면.
◆ 김준형> 그렇게 되면 그렇게 안 가게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요. 저는 북한도 사실상 굉장히 좌절감의 표현이잖아요. 북한이 사실상 가지고 있는 카드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제 지난 2~3년 동안에 북한은 미국의 들러리가 됐다고 생각을 하는 거니까 북한은 양보를 먼저 전제하지 않는 대화는 나오지 않겠다는 거지 않습니까? 그런데 미국은 양보를 해야 되는데 새 정부가 양보부터 하게 되는 것이 국내적으로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 교착상황을 푸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김종대> 방금 북한의 좌절감의 표현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북한은 분명히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국제사회 데뷔도 했고 얼마든지 국제사회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왜 나오지도 않고 저렇게 좌절감의 표현만 나와요?
◆ 김준형> 왜냐하면 하노이에서 엄청난 사실상 외교적 자기들로 보면 수모를 당한 거 아닙니까? 그리고 굉장히 기대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북한 방식의 톱다운이었고 북한이 원하는 게 일단 신뢰를 회복해야 그다음 문제가 가는 거였는데 두 사람 간의 신뢰에 대한 기대도 있었고. 그런데 결국 회담장에서, 협상장에서 약속했던 것들이 실천되지 않은 과정을 보면서 결국 하노이에서 그 결정판을 봤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지금은 혹시라도 이 회담이 성공하는 유일한 길은 미국이 북한한테 북한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다는 그것을 언질 또는 적어도 합의를 받고 나가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미국이 안 줘버리면 북한으로서는 방법이 없는 거죠.
◇ 김종대> 그러니까 뭘 먼저 선금을 받아야 이거 협상도 할 수 있다. 이게 외교적인 태도는 아니란 말이에요. 그리고 하노이회담 때 콧수염 나신 분 있잖아요, 존 볼턴. 그분이 옆에 앉아서 그렇게 된 거라는 거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상황 변했으니까 좀 유연하게 나올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렇게.
◆ 김준형>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북한도 이렇게 계속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북한도 자극을 해야죠.
◇ 김종대> 이럴 때 항상 나오는 좀 답답한 부분이 있는데요. 대체 우리 정부가 뭘 할 수 있느냐는 거예요. 이렇게 교착상태에서. 사실은 하노이회담 결렬의 책임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한테 묻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뭘 우리가 할 수 있을까요?
◆ 김준형> 이게 결국은 지금 3변 중에 3변이 이제 남북, 북미 그다음에 한미잖아요. 결국 3자가 중심 행위자가 3변 중에 지금 남북도 막혀 있고 북미도 막혀 있단 말이에요. 결국은 지금 한미 간에 공조라는 것이 제일 필요할 때고 어떤 의미에서 생각하면 트럼프 정부에서는 볼튼을 비롯해서 한국 정부를 의심하다가 시간 많이 보냈잖아요. 그러니까 결국은 미국이 지금 자기 국내 문제로 바쁘다면 우리 문제기는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한테 아웃소싱을 하고 한국한테 맡기는 그런 게 굉장히 필요하다고 저는 봐요.
◇ 김종대> 그게 운전자론 아닙니까?
◆ 김준형> 그렇죠. 그걸 설득해내는 게 관건이겠죠.
◇ 김종대> 그래요. 우리 원장님 역할이 좀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 김준형> 그런데 저는 제가 소위 말하는 거겠지만 저는 현장 라인에서 정책을 결정하거나 비밀을 다루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협상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 김종대> 결국 국내에서 외교안보의 정책을 연구하고 발표하는 사람이니까 조금 2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종대> 아까 아웃소싱 얘기하신 거. 이제 우리가 운전자가 될 수 있는 어떤 미국의 이해와 또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웃소싱이라는 표현하셨어요.
◆ 김준형> 미국의 입장에서요. 우리는 우리 일이지만.
◇ 김종대> 그렇다면 우리가 아웃소싱해서 운전할 수 있는 영역 뭐가 있을까요.
◆ 김준형> 저는 결국에는 평창의 재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일 좋은 시나리오. 제가 생각하는 1년 간의 제일 좋은 시나리오는 그게 도쿄올림픽이 되든 어찌 됐든 그 해에 뭔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다음 저는 이번에는 공개회의를 하는 것이 별로 부적절한 것 같습니다. 이때까지 서로 체면이 손상된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체면을. 이번에 알래스카에서 보셨잖아요. 사실상 두 미중이 서로를 대고 얘기하는 게 아니고 미국은 미국 국민들한테 얘기하고 있고 중국은 중국 국민들한테 얘기하는 거거든요.
◇ 김종대> 그러니까 우리나라 정치 같더라고요.
◆ 김준형> 그래서 이번에는 비공개로 가야 한다. 그래서 후반부에는 실무자들의 비공개를 통해서 서로의 교환 조건을 탐색한 다음에 내년 2월 말이 하노이 3주년이 됩니다. 그래서 하노이의 어떤 주요한 조건을 확대시켜서 북한한테는 체제보장과 경제 제재에 관해서 좀 풀어주고 북한은 영변도 내놓고 북한 동결. 아까 말씀드린 중간 단계로 해서 동결 정도로 내놓는다면 그래서 내년 3월에 실천이 아니라 합의만 한다면 저는 최고의 시나리오 될 것 같습니다.
◇ 김종대> 일단 목표 수준을 현실적으로 좀 낮춰야 되겠어요. 알겠습니다. 최근에 현안이 좀 뜨거운 게 있어서 짚고 넘어가야 될 것 같아요. 미얀마 사태입니다. 미얀마에 대해 국제사회의 무기력. 뭘 해도 먹히지가 않는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악화되는 거 방치해야 될까요?
◆ 김준형> 늘 그랬습니다만 특히 팬데믹을 지나면서 미국과 중국의 리더십 G2라는 리더십. 그다음에 UN이 사라져버렸다고 할 정도로 UN의 역할이 그전에도 제한이 있었지만 지금 더 무기력해졌습니다. 사실상 R2P라고 해서 내부의 라이트 투 프로텍트라고 해서 인권이나 학살 같은 경우에는 국제사회가 군사 개입을 할 수 있거든요, 지금의 국제적인 규범이. 그런데 그것이 UN을 일단 통과를 해야 되는데 UN에서 비토권을 행사를.
◇ 김종대> 중국, 러시아 말씀이죠.
◆ 김준형> 중국, 러시아가 하고 있고요. 또 아세안들도 주위에 있는 국가들이 내정간섭이라는 원칙, 불간섭의 원칙 때문에 그걸 못 하고 있고요. 사실상 아시아에서 우리만 그래도 지금 미얀마를 놓고 상당히 지금 대통령을 포함해서 지금 규탄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복잡한 국제 사정 때문에 국제적인 이것이 못 움직인다는 게 가장 안타까워요.
◆ 김준형> 그러니까 미얀마 군부가 갈수록 기고만장해서...
◇ 김종대> 국제사회 손 못 쓰는구나. 나쁜 신호를 지금 미얀마 군부한테 주고 있어요. 그러니까 더 많은 시민이 죽고요. 이거 답답하잖아요.
◆ 김준형> 답답합니다, 진짜.
◇ 김종대> 그런데 이렇게 인도태평양전략이다, 미중갈등이다, 우리가 강대국 정치 얘기할 게 아니라 이 작은 나라에 이런 문제 하나도 해결 못하는 이 강대국들이 뭔가 이런 세계적인 문제에 협력 하나 이루어내지 못하고 이런 상황에서 피해는 커지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앞으로 중견국가로서 뭐 할 일 없습니까, 좀?
◆ 김준형> 저는 예를 들어서 우리의 광주의 그 동병상련 때문에 사실상 미얀마 국민들이 여기 와 있는 사람들을 굉장히 우리와 동일시 하지 않습니까? 그 부분은 저는 우리가 힘이 돼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그게 뭔가 모랄서포트뿐만 아니라 도덕적 서포트뿐만 아니라 우리가 국제사회에 여론을 환기하고 오히려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중국 같은 경우에는. 저는 미국에도 바른 말 해야 되지만 중국한테도 저는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중에 하나가 실제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곳이 중국이거든요. 미국은 옛날부터 미얀마와 끊어왔기 때문에 경제제재를 해도 끄떡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효과가 있으려면 중국을 움직여야 되는데 중국도 사실 지금 미국한테 계속 얻어맞으면서 이 미얀마의 이러한 국제적 비난을 중국이 또 다 안고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중국도 창조적 개입이라고 해서 약간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합니다.
◇ 김종대> 뭐 제가 보기에는 그거 뭐 체면만 차리는 정도지.
◆ 김준형> 그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 김종대> 그런 면에서 조금 우리나라가 아래로부터의 시민혁명을 성취한 그러면서 경제 번영도 이룬 유일한 나라거든요, 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의 품격을 보여줘야 된다고 저는 보는데.
◆ 김준형> 동의합니다.
◇ 김종대> 좋은 방법 없습니까?
◆ 김준형> 그렇다고 우리가 단독으로 군부를 파견할 수 없지 않습니까?
◇ 김종대> 군대 개입은 아니라도 예방 외교는 가능하지 않습니까?
◆ 김준형> 그래서 저는 많은 국가들과 함께 UN이 지금 안 된다면 그 밖에서라도 또 아세안 국가들을 통해서라도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계속 환기를 시키고 국제여론을 모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제재도 필요하면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종대> 처음에는 민주화 시위였는데 지금은 내전 양상으로 가고 있거든요.
◆ 김준형> 그렇게 되면 또 시리아 사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 김종대>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이 그거예요. 아시아의 시리아가 된다. 이럼 지정학적 격변으로 이어져요. 참 정말 안타깝습니다. 최근에 논란이 된 저서. 사실은 뭐 당연한 말씀을 하신 거지만 그래도 논란이 된 저서를 발간하셨고 한반도와 세계정세까지 쭉 말씀해 주신 국립외교원의 김준형 원장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준형>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