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과장도 날리는데"…잇단 감찰에 일선경찰들 한숨

강남서장 교체 한 달 만에, 과장급 간부 대기발령
일선 경찰들 "잘못 있다면 당연히 처벌받겠지만…"
2019년 버닝썬 사태 이후, 강남서 인력 대거 물갈이

서울강남경찰서. 연합뉴스
"서장도 과장도 한 방에 날아갔다. 일할 기분이 나겠나."

2일 서울 강남권의 한 경찰서 소속 팀장급 간부가 한 말이다. 근무 중 음주 등 논란으로 경찰서장이 교체된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또다시 과장급 간부가 부하직원 갑질 의혹을 받아 대기발령 조처됐다. 강도 높은 감찰 조사로 인해 전국 처리사건 수 1위인 강남서의 서장, 과장이 연달아 교체된 가운데 일선에서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경찰서 과장급 간부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찾아가는 감찰 등 최근 현장성을 강조하며 감찰조사 강도가 높아진 상태다. 마음에 조금 들지 않는 상급자가 있으면 무조건 찌르고(신고) 보는 것 같다"며 혀를 찼다.

다른 경찰서의 경감급 간부는 "잘못이 있다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런 식으로 서장 과장이 한번에 날아가는 걸 보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전날 강남서 소속 A 경정을 대기발령하고, B 경감을 서울의 다른 경찰서로 전출했다. A 경정은 지난해, B 경감은 2019년 말부터 강남서가 담당하는 대부분의 형사·강력 사건 수사를 지휘·감독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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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두 사람이 부하 직원들을 상대로 폭언 등 갑질을 하거나 밥값, 술값을 대신 계산하도록 강요하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경찰서 소속 팀장급 간부는 "형사나 강력 파트는 경찰 내에서도 가장 강한 '의리'로 뭉친 조직인데 이번 일을 보면 계장, 과장까지도 감찰에 제보했다는 것이 의외였다"라며 "그런 점에서 예전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 경정과 B 경감에 대한 갑질 의혹에 대해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며 "일부 행위는 이미 확인을 했고, 나머지는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강남서는 지난 2019년 '버닝썬 사태'가 터지면서 당시 경찰서장이 대기발령되고 적잖은 근무 경찰관들을 다른 경찰서로 내보냈다. 경찰은 당시 유착비리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강남서 인력의 70%까지 물갈이하겠다고 밝혔었다.

일각에선 각기 다른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인력들이 버닝썬 사태 이후 강남서로 모이면서 제대로 융합하지 못한 점이 최근 연이은 감찰 등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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