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공수처장은 2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면서 전날 이뤄진 검찰의 차 본부장·이 검사 불구속 기소와 관련한 의견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다만 대변인실을 통해 전한 공식 입장에서 김 처장은 두 사람의 기소에 앞서 검찰과 상의한 적이 없고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은 전날 차 본부장과 이 검사를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했다. 차 본부장에게는 직권남용·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이 검사에게는 허위공문서 행사·작성 등 혐의를 적용했다. 공수처가 지난달 12일 사건을 검찰로 돌려보낸지 20일 만이다.
당시 공수처는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수사 완료 후 공수처가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송치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검찰에는 수사권한만 이첩했을 뿐 기소권한은 공수처가 갖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김 처장은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서도 "공수처장 재량으로 공소제기를 유보한 이첩이 가능하다"며 '재량이첩' 개념을 내세웠다.
검찰 내부의 반응도 김 처장의 '재량이첩' 주장에 황당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수사권과 공소권을 모두 갖는데 그중 하나의 권한만 이첩할 재량이 있다는 건 김 처장만의 해석이라는 것이다. '재량이첩'이 가능하려면 사실상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공수처·검·경' 3자 협의체에서 다룰 사안 자체조차 아니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이첩'을 둘러싸고 공수처와 검찰이 부딪히는 비슷한 장면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갈등이 재현되지 않으려면 이번 검찰의 기소로 사건을 받은 법원이 '재량이첩'의 가능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김 처장은 "(재량 이첩이) 법률상 가능하지 않다면 최종적으로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으로 가려질 것"이라며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사법부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면 공소 기각 등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