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열전]'기밀유출' 특수작전용 기관단총은 어디로

안보지원사, 차기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개발사 압수수색
육군 중령 출신 임원, 현역 장교들 통해 기밀 유출 혐의
국내 총기 업계 독점 체제 깨 긍정적 평가 받았지만…
해경특공대 납품 총기선 폭발사고로 대원 부상 사고 발생
방사청 "재판 결과 등에 따라 해당 업체 제재 가능"
전문성 부족 실무자들 진행한 사업, 현장선 불만족 계속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K-1A 기관단총을 든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대원. 국방부 제공
군 당국이 진행하고 있는 차기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 관련 군사기밀이 업체에 유출된 정황이 포착돼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 사업의 향방이 안갯속에 빠졌다.

사업은 방위사업청과 체계개발 계약까지 체결한 A사와, 오랫동안 국산 총기를 만들어 온 B사의 정면 대결 구도로 진행됐는데 A사 임원이 수사를 받게 되면서 앞날을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이번과 같은 일이 그동안 군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두번 벌어진 것이 아니라 고질적인 문제라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몇 해 전부터 떠오르던 신생 업체…기밀 유출 혐의 수사에 방사청도 당황

A사의 총기. 자료사진
군 당국은 1980년대 도입돼 오래된 K-1A 기관단총의 교체를 위해 5.56mm 소총탄을 사용하는 차기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1형(체계개발)과 2형(구매) 사업으로 나뉘며, 지난해 6월 A사가 1형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고 현재는 개발계약까지 맺은 상황이다.

그런데 바로 한 달 뒤인 그해 7월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PC에 작전요구성능(ROC) 등 군사기밀이 저장돼 있는 것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ROC는 통상적으로 2급 비밀로 분류된다.

국산 총기 생산은 오랫동안 B사의 독점 체제였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A사가 신생 총기 개발 업체로 떠오르면서 두 회사는 군 납품을 놓고 경쟁해 왔다. 이러한 변화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개발이 아닌 구매로 진행되는 2형 사업에서도 이 두 업체가 시험평가를 받는 중인데, 둘 모두 M16이라는 미군 제식명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AR계열의 변형을 가지고 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공개된 기밀 유출 혐의 수사에 방위사업청도 당황한 모양새다.


방사청 서용원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방사청이 해당 수사 사실을 알고도 A사를 1형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선정하기 전 해당 업체에 보안 등 문제가 있는지를 관련 기관에 문의해서 이상 여부를 체크하지만, 그런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안보지원사는 취재진의 질의에 "해당 업체를 압수수색한 사실은 있으며, 추가적인 사안은 수사 중이어서 답변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자칫하면 사업 초기화 가능성도…경쟁사 총기도 개선 필요

해양경찰특공대가 운용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A사의 총기. 업체 홈페이지 제공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A사가 해양경찰특공대에 납품한 9mm 기관단총 사격 중 실탄이 이중 급탄(더블 피딩)돼 폭발하면서 대원이 파편상을 입는 사고가 지난해 11월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A사가 추정하고 있는 사고 원인은 '오조립으로 인한 오작동'이다. 해양경찰특공대는 문제의 총을 납품받아 시험적으로 운용하고 개선점을 제시한 뒤 해당 사항이 반영된 제품을 받았는데, 업체가 재조립 과정에서 약실 안의 노리쇠 뭉치를 고정하는 장치를 잘못 조립해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는 얘기다.

군사기밀 유출 혐의뿐만 아니라 품질관리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취재진은 안보지원사의 수사와 해당 사고에 대한 업체의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업체 측은 "두 가지 모두 잘못 알고 계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번 수사의 결과에 따라 A사가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에서 퇴출될 가능성 또한 열려 있다. 방사청은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되 재판을 통해 해당 업체가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확정될 경우, 부정당 업체로 처분해 계약을 취소하는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개발 계약을 이미 맺은 이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개발은 계속 진행하게 된다.

때문에 A사와 경쟁 관계인 B사의 총기가 채택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이 또한 아직은 실제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적극 받아들여 개량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크다.

2020년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코리아)에서 공개된 B사의 총기 시제품. 사진의 총은 조준경과 유탄발사기가 장착돼 있다. 김형준 기자
B사의 최초 시제품은 2019년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처음 공개됐는데, 이 총을 접한 야전 군인 등은 해당 총기가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비판했었다.

구체적으로는 탄 폭발가스의 힘으로 후퇴했다 전진하는 노리쇠가 제대로 닫히지 못했을 때 이를 강제로 전진시키는 노리쇠 전진기가 없으며, 소음기를 장착할 때 총기 내부의 가스 양을 조절하는 기능이 없고, 노리쇠가 후퇴한 상태에서 탄창을 교환한 뒤 재장전하기 위해 누르는 노리쇠 멈치가 방아쇠울 안쪽에 있어 불편하다는 점 등이 지적됐었다.

이듬해 언론이나 전시회 등을 통해 공개된 또다른 시제품에서는 이같은 문제점들이 일부 해결됐다고 전해진다. 노리쇠 전진기는 여전히 없지만 노리쇠 멈치의 위치가 옮겨졌고, 가스 조절 기능도 고객의 필요에 따라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사격 경험이 많은 야전 군인들은 "최근 스포츠 사격용 총기에서 노리쇠 전진기가 제거된 것은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기 위한 것이고, 해당 총기는 군용이며 빠른 조작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진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등의 비판을 하고 있다.

◇"이런 일 처음 아닐 것"…실무자 전문성 결여된 사업, 끝없는 현장 불만

미국 SOG의 '씰 스트라이크' 단검. 특전사에는 이와 아주 비슷한 특수전용 칼이 1만개 정도 납품됐다. 업체 홈페이지 제공
이번 수사가 암시하는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ROC 등 군사기밀이 그전부터 비일비재하게 유출되거나, 업체와 군 당국을 잇는 브로커 등이 사업에 영향을 끼치고 있을 가능성이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수사는 A사 영업 담당 임원 C씨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그는 육군본부 전력단에서 총기 개발 업무를 했었던 예비역 중령으로 전해진다. 수사당국은 그가 기밀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현역 장교들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가 결정하는 ROC는 2급 비밀에 속하기 때문에 현역 장교 등의 도움이 없으면 이를 빼돌리기는 힘들다. 이를 업체가 미리 알고 있었다면 경쟁에서 유리해지는 것도 상식적이다.

일각에선 방산업계에 이런 일이 드물지 않다며 또다른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업체들이 ROC를 미리 알고 군의 요구에 유리하게 제품을 만들 수도 있지만, 정반대로 업체로 자리를 옮긴 예비역 장교들이 군의 ROC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일 경우 군이 아니라 업체가 사실상 ROC를 만든 셈이 된다.

특히 총기 등 개인전투장비는 세계적인 발전 추세가 무척 빠르며, 야전의 운용 경험에서 나오는 피드백이 중요하기 때문에 특수부대 등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대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사업 실무자들은 이와 크게 관계없는 다른 보직들을 거치다 해당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들이 해당 체계의 전문가가 아닌 경우가 절대다수이며 업무는 많고 인력은 부족하기 때문에, 일선 전투원들의 요구사항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알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자연스레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업체로 자리를 옮긴 예비역 장교들의 입김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서용원 대변인은 "어떠한 사업이든 투명하고 공정하고 또 전문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야전 군인들은 이러한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이전에 문제가 됐던 '특전사 칼' 등 자칭 '품질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장비들이 계속해서 현장 전투원들의 불만을 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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