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지쳤던 흥국생명, 치료와 휴식을 말하다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은 2020~2021시즌 외부 요인에 의해서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시즌이 끝난 뒤 치유가 가장 절실하다고 털어놨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다시 일어서기 위해 상처는 치료해야 한다.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가 시작하기 전 흥국생명은 ‘공공의 적’이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에이스’ 이재영을 잔류시켰고, 쌍둥이 동생인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도 영입해 단숨에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들었다.

여기에 오랜 외국 생활을 마치고 국내 복귀를 선택한 김연경도 친정팀 유니폼을 입으며 단순한 우승 후보가 아닌 ‘무패 우승’ 심지어 ‘무실세트 우승’의 진기록까지 노릴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즌 중반까지 이 예상은 맞았다. 흥국생명이 타 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순위표의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시즌 도중 팀 내 불화설이 제기되고, 이재영과 이다영의 과거 학폭 논란이 불거져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까지 받으며 흥국생명이 크게 흔들렸다.

우여곡절 끝에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치고 챔피언결정전까지 밟았지만 ‘라이벌’ GS칼텍스의 벽에 막혔다.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이번 시즌이지만 철저하게 ‘2인자’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 시즌 막판 외롭게 팀을 지탱해야 했던 김연경은 힘이 되어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박미희 감독은 “결국 1등만 기억하겠지만 진짜 스포츠의 가치가 무엇인지 나도, 선수들도 많이 느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걸 칭찬하고 싶다”고 했다. 패배 속에 얻은 분명한 긍정의 힘이었다.

하지만 그도 이번 시즌이 지난 어떤 시즌보다 힘들었다는 점은 감추지 않았다.

“이번 시즌이 7번째 시즌인데 가장 길게 느껴졌다”며 “스트레스가 정말 많았다. 가진 걸 다 보여주고 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시즌을 준비하고 외부적인 요인으로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이어 “여러 상황에 의해 나 역시도 상처를 받았다. 사람들에 의한 상처도 있고, 글이나 말로 받은 상처도 크다”며 “시즌이 끝나고 나면 그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즌 막판 외롭게 흥국생명을 지탱해야 했던 김연경도 마찬가지였다.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 선수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줘 이겨낼 수 있었다”는 김연경은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겨내고 챔프전까지 왔다. 경기는 졌어도 최선을 다해 노력해준 것 만으로도 잘했다. 4월 말에 대표팀이 소집해 많이 쉬진 못해도 1, 2주는 편안하게 쉬면서 하고 싶었던 것을 하려고 한다”고 절대 쉽지 않았던 시즌을 마친 소회와 짧은 비시즌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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