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경질은 기재부 관료 중심 인사의 도화선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전 실장 후임에 기재부(행시 32회) 출신인 이호승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공석이 된 경제수석 자리에는 안일환 기재부 2차관(행시 32회)을 기용했다.
지난달 31일 경제정책비서관에 이형일 기재부 차관보(행시 36회)를 임명하면서 경제라인 재정비를 마쳤다. 정책실장, 경제수석, 경제비서관으로 이어지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경제정책라인이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진 것이다.
통상 경제정책비서관에는 기재부 관료 출신을 써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책실장과 경제정책수석 모두 기재부 관료로 채워진 경우는 이번 정부 들어서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임기 4년 간 장하성, 김수현, 김상조 등 교수 출신을 장관급인 정책실장에 써왔다. 대선 캠프 시절부터 공약을 만드는 데 함께 해와, 국정 철학과 과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들이 정책실장을 맡아온 것이다.
기재부 관료들의 청와대 경제라인 장악은 과거 정부 사례를 봐도 드문 경우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정책실장은 기획예산처 관료 출신이긴 했지만, 당시 정책실장은 차관급으로 지금과는 급이 달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책실장의 자리는 없었지만, 마지막 두 경제수석은 모두 정치인 출신이었다.
임기말로 외부에서 인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도 청와대 경제라인 모두가 기재부 관료로 채워진 경우가 흔한 일은 아닌 셈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임기말 기재부 관료들이 약진한 이유로는 갑작스러운 인사 상황에서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교체는 예상돼 오던 것이지만, '전세금 인상' 논란으로 시기상 갑작스러운 인사를 내며 이 실장을 승진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일종에 '사고 수습'을 하기 위해 관료로 자리를 채우는 인사를 낸 것.
이 실장은 정권 초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김 전 실장과 내내 보조를 맞춰왔다. 관료출신이긴하지만 재난지원금, 한국판 뉴딜 등 현 정부 중점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책통으로 꼽히는 여권 관계자는 CBS와의 통화에서 "갑자기 공석이 생기니까 급하게 데려올 사람을 찾다가 이렇게 된 것"이라며 "하지만 관료 출신으로 회귀한다는 것은 전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 가장 불행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편, 4월 재보궐 선거 이후 교체될 것으로 보이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후임으로도 기재부 출신들이 물망에 오른다. 기재부 출신인 고형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