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시작…'정권 심판' 여론에 뒤바뀐 여야 셈법

오늘부터 이틀 간 사전투표…여야 "투표율 높을 듯"
보통 사전투표율 높으면 진보 정당에 유리했지만…
부동산 문제 등으로 '정권 심판' 여론 거세져
요동치는 2030 표심에 민주당도 긴장
국민의힘 "사전투표 부탁"…투표율 높이기 총력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방역 업체 관계자들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논란 이후 4·7 재·보궐선거가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여야 모두 이번 선거의 사전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통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성향 정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지만, 최근 부동산 문제 등으로 정부·여당을 향한 심판론이 거세지면서 기존 공식이 깨질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의 셈법이 뒤바뀐 모양새다.

◇與, 사전투표율 높게 예측하지만…2030 이어 4050도 위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일부터 다음날까지 진행하는 사전투표에 예상보다 많은 유권자가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전투표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실시한 이후 투표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고, 이번엔 주말인 토요일까지 껴 직장인도 참여하기 용이하다. 특히 사전투표는 본투표와는 달리 자신의 지역구 밖에서도 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

민주당이 과거 사전투표를 독려했던 것도 직장, 학업 등의 이유로 타지에 나가 있는, 주로 젊은층의 표를 얻을 수 있어서였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리얼미터가 뉴시스의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서울 내 유권자 806명에게 물은 결과 '정부·여당을 심판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54.1%로 나타났다. '여당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응답은 36.3%에 불과했다(신뢰수준 ±3.5%에 표본오차 9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창원 기자
정권 심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민주당은 투표를 독려하면서도 내심 투표율은 높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다. 특히 20·30대의 투표율에 주목하고 있다.

박영선 후보 캠프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에는 20대 젊은 층이 공정과 정의 문제에 실망한 상태라 우리에게 유리한 여건은 아니다"라며 "20대에선 지지율이 그렇게 높진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2030 다수는 정부의 부동산 실책, 코로나19로 인한 구직난, 여권 인사들의 성(性)문제 등에 등을 돌린 상황이다.

민주당이 기대고 있는 40·50대의 이른바 '샤이진보'가 실제 표로 연결될 지도 미지수다.

캠프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당 내 집토끼로 불리는 40·50대 사이에서 '이번에 한번 혼쭐이 나서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두텁게 형성돼 있다"며 "이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온다면 민주당 입장에선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30 결집에 힘 받는 국민의힘…"사전투표 부탁"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의 셈법은 민주당과 180도 다르다. 국민의힘은 여론조사상 20·30대에서 지지율이 급등하자 당 지도부는 물론 오세훈 후보까지 나서 사전투표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오 후보는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형편이 되는대로 사전투표에 많이 참여해주기를 당이 바라고 있다"고 말했고, 앞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보궐선거라고 해서 꼭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내심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높은 사전투표율은 보수성향의 정당에 불리한 것으로 인식돼왔다.

민주당이 180석을 휩쓸었던 지난해 21대 총선의 사전 투표율은 26.69%였다. 민주당이 대부분의 지역을 석권했던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사전 투표율은 20.14%에 육박했다. 반면, 보수정당이 이겼던 2016년 20대 총선의 사전투표율은 12.19%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실책으로 상황이 변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2030을 중심으로 정권을 심판하려는 표심이 강하게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노원구 경춘선숲길에서 열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 현장. 김무성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전 대표도 현장에 참석했다. 윤창원 기자
특히 국민의힘은 "20대는 아직 역사에 대해 4050보다 경험치가 낮다"는 박영선 후보의 발언도 적극 비판하며 청년표 몰이에 나섰다.

결국 2030을 중심으로 지지 세력이 커지면서 국민의힘은 투표율 높이기에 힘을 쏟고 있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전투표든, 당일투표든 일단 기본적으로 투표 독려가 기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당내 한 의원도 "전체 투표율이 50% 이상을 넘긴다면, 우리 당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민주당을 향한 고정표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투표율이 높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선 민주당의 고정표를 130만~150만 표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한 투표소에서 사전 투표에 참여한다. 투표 독려 등 정치적 메시지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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