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성향 정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지만, 최근 부동산 문제 등으로 정부·여당을 향한 심판론이 거세지면서 기존 공식이 깨질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의 셈법이 뒤바뀐 모양새다.
◇與, 사전투표율 높게 예측하지만…2030 이어 4050도 위태
사전투표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실시한 이후 투표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고, 이번엔 주말인 토요일까지 껴 직장인도 참여하기 용이하다. 특히 사전투표는 본투표와는 달리 자신의 지역구 밖에서도 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
민주당이 과거 사전투표를 독려했던 것도 직장, 학업 등의 이유로 타지에 나가 있는, 주로 젊은층의 표를 얻을 수 있어서였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리얼미터가 뉴시스의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서울 내 유권자 806명에게 물은 결과 '정부·여당을 심판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54.1%로 나타났다. '여당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응답은 36.3%에 불과했다(신뢰수준 ±3.5%에 표본오차 9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영선 후보 캠프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에는 20대 젊은 층이 공정과 정의 문제에 실망한 상태라 우리에게 유리한 여건은 아니다"라며 "20대에선 지지율이 그렇게 높진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2030 다수는 정부의 부동산 실책, 코로나19로 인한 구직난, 여권 인사들의 성(性)문제 등에 등을 돌린 상황이다.
민주당이 기대고 있는 40·50대의 이른바 '샤이진보'가 실제 표로 연결될 지도 미지수다.
캠프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당 내 집토끼로 불리는 40·50대 사이에서 '이번에 한번 혼쭐이 나서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두텁게 형성돼 있다"며 "이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온다면 민주당 입장에선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30 결집에 힘 받는 국민의힘…"사전투표 부탁"
오 후보는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형편이 되는대로 사전투표에 많이 참여해주기를 당이 바라고 있다"고 말했고, 앞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보궐선거라고 해서 꼭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내심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높은 사전투표율은 보수성향의 정당에 불리한 것으로 인식돼왔다.
민주당이 180석을 휩쓸었던 지난해 21대 총선의 사전 투표율은 26.69%였다. 민주당이 대부분의 지역을 석권했던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사전 투표율은 20.14%에 육박했다. 반면, 보수정당이 이겼던 2016년 20대 총선의 사전투표율은 12.19%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실책으로 상황이 변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2030을 중심으로 정권을 심판하려는 표심이 강하게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결국 2030을 중심으로 지지 세력이 커지면서 국민의힘은 투표율 높이기에 힘을 쏟고 있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전투표든, 당일투표든 일단 기본적으로 투표 독려가 기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당내 한 의원도 "전체 투표율이 50% 이상을 넘긴다면, 우리 당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민주당을 향한 고정표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투표율이 높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선 민주당의 고정표를 130만~150만 표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한 투표소에서 사전 투표에 참여한다. 투표 독려 등 정치적 메시지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