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선거판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이니,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만, 현대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권을 우리 시민들이 어떻게 행사해야할지 고민이 됩니다. 차선은커녕 차악을 분별해야하는 상황처럼 보이니 말입니다.
이런 정치적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정치와 관련되어서 한국교회는 이미 각인된 몇 가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교회가 적극적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이미지입니다. 어떤 교회는 여당을, 또 어떤 교회는 야당을 적극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지지합니다.
하나님의 통치를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그 통치가 단지 교회 안에만 머문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만물의 통치자이시기에, 비록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세속 사회조차 하나님의 다스림 아래에 있다고 믿으며, 하나님의 다스림 아래에 들어간 그리스도인들은, 우리가 발딛고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하려 합니다.
우리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정치 영역에서도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합니다. 또한 세상의 어떤 정당도, 그것이 기독교의 이름을 내걸었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뜻을 전적으로 대변할 수는 없기에, 어느 특정 정당에 대한 전적 지지 대신, 사안에 따른 선택적, 제한적 지지를 하게 됩니다.
위조된 각인을 극복하고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길 원하는 교회와 기독시민들은 이번 선거, 어떻게 치러야 할까요? 무엇보다 각 교회에서 이번 선거의 쟁점이 무엇인지, 각 후보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지지후보의 편이 되어 대리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후보, 어느 정당이 우리 사회의 공공의 선을 위해서 더 나은지, 또는 덜 나쁜지, 서로가 가진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 필요합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남녀노소가 각자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고, 이를 통해 좀 더 성숙하고 균형 있는 견해를 갖도록, 서로를 섬기는 장을 만들어봅시다.
이는 한국교회가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선거 때마다, 모든 성도가 하나님의 뜻을 각자 분별하고 각자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서로 돕고 함께 기도한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위조된 각인을 덧입은 우리 교회가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작은 발걸음, 기대해봅니다. CBS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