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정상가족' 프레임 작동…누가 사유리에 돌 던지나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육아 예능 '슈돌' 출연에 반대 청원 등장
사회는 결혼·혈연 중심 정상가족 탈피해 다양한 형태 가족 구성 모색
비혼 출산 사회 인식도 변화…"가족구성 권리, 폐쇄적 가족주의 넘어서야"

방송인 사유리와 아들 젠. 사유리 SNS 캡처

방송인 사유리가 또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는 KBS2 육아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 출연 문제다. 일각에서 '자발적 비혼모'인 사유리의 '슈돌' 출연에 반대하고 나선 것.

'슈돌' 측은 지난달 23일 사유리가 새로운 '슈돌' 가족으로 합류했다고 알렸다.

사유리 출연에는 그가 정자를 기증 받아 홀로 자녀를 출산하면서 정상가족 중심 사회에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한 화두를 던진 점이 작용했다. 사유리가 몰고 온 사회적 파장은 '자발적 비혼모' 육아 일상을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열망으로 이어졌다.

당시 보도자료에서 '슈돌' 측은 "사유리 역시 한 아이를 키우는 슈퍼맨의 길로 들어섰다. 슈퍼맨 사유리의 육아를 보고 싶다는 누리꾼들의 요청이 쇄도한 만큼 사유리를 새로운 슈퍼맨으로 섭외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도 전에 일부 시청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한 시청자는 지난달 24일 KBS 시청자권익센터에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씨의 출연에 절대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은 3288명의 동의를 얻어 제작진이 답변할 예정이다.

이 시청자는 자녀를 출산·양육하는 방식의 대표적인 모습은 남성과 여성이 '결혼'으로 이룬 가정의 테두리임을 강조하면서 "이 모습이 '진보'라는 이름 하에, 세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명목 하에 변질되거나 달라지는 것에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유리의 '자발적 비혼모' 선택에 대해서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건강한 가치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행동을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사유리의 출연이 아버지 부재 등 '결핍'을 가진 비혼모 가정을 미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아버지의 부재 가운데 아이가 겪을 정신적 혼란과 고통, 결혼이 아닌 비혼의 테두리에서 출산한 모든 부정적이고 어려운 모습은 전혀 비춰지지 않거나 미화돼 방영이 될 것"이라며 "아직 어린 어린이, 청소년 시청자들의 '결혼'과 '가정' 가치관 형성에 매우 편파적이고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KBS를 향해서는 "KBS에서 공개적으로 사유리의 선택을 프로그램화 해 방영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지속 가능한, 건강한 '가정'이라는 가치를 지향하고 또 확산시키는 것에 대해 전면적으로 반대되는 상황이기에 출연을 반대한다"고 전했다.

이와 유사한 청원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고, 30~31일에는 사유리 출연을 반대하는 시위대까지 KBS 앞에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정말 사유리의 출연은 건강한 정상가족 개념을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인 것일까. 결과적으로 이 같은 목소리는 시대 착오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폭넓은 공감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더이상 과거처럼 남성과 여성이 결혼해 완성되는 정상가족 체계가 공고하지 않을뿐더러 다양한 가족 공동체가 존중받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가족 개념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누구나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가족구성권 개념이 대두됐다. 이렇게 구성된 가족은 다양성 존중을 넘어 정상가족 중심의 정책이 재편돼 동등하게 대우 받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가족 형태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한창이다.

이미 청년 세대는 성별 불문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1일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 19세~34세 청년 여성은 18.7%·청년 남성은 37%만이 '꼭 결혼할 것'이라 답했다. 출산 의향에 있어서도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답한 청년 여성이 41.4%에 달했고, 청년 남성은 이보다 적은 22.7%를 기록했다.

전통적 가족 개념과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 인식도 점점 달라지는 추세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은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주거와 생계를 공유하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마찬가지로 10명 중 7명은 '사실혼, 비혼 동거 등 법률혼 이외의 혼인에 대한 차별 폐지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 즉 비혼 출산에 대해서도 48.3%가 수용할 수 있다고 답해 전년 대비 상승 추세를 보였다.

통계만 보더라도 사유리의 출연은 '파격'이나 '시기상조'가 아니라 오히려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마땅히 제시해야 할 방향성에 가깝다. 이미 사회 구성원들은 결혼과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을 탈피해 개인의 선택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된 가족 공동체가 존중 받고, 제도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구성권연구소 김순남 대표가 지난달 19일 '가족 다양성을 넘어 차별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가족정책을 제안하며'라는 온라인 토론회에서 한 이야기는 사유리 출연을 반대하는 일부 시청자들에게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기존의 이성애 결혼과 혈연을 기반으로 한 핵가족 중심의 폐쇄적인 사회에서는 사회적 연대와 시민권에 기반한 정책적 논의가 불가능합니다. 가족구성의 권리는 폐쇄적 가족주의를 넘어서, 새로운 시민적인 연대와 관계성을 만들어가는 시민으로서의 권리로 인식돼야 합니다."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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