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둘러싼 대내외 공방과는 별개로 경제현장을 거듭 방문함으로써 내부 통치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1일 "보통강강안다락식주택구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 된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당 중앙위원회 비서들과 함께 또 다시 공사장현지를 돌아보시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시점을 밝히지 않았으나 통상적으로 공개 활동 다음 날 보도가 나온다는 점을 감안할 때 31일에 방문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쏜 지난 달 25일 김 위원장이 평양 보통강 인근 주택건설 현장을 찾았으니, 6일 만에 재방문이 이뤄진 셈이다.
'다락식 주택'은 북한에서 "높이 솟아 사방이 탁 트인 여러 층으로 된 주택"을 뜻한다. 신문이 공개한 조감도를 보면 빌라와 아파트가 고루 섞인 고급주택단지임을 알 수 있다.
이 곳은 고구려 시대 성문인 보통문 바로 옆 둔덕으로, 김일성 주석이 70년대 주석궁이 건설되기 전에 살았던 관저(5호 댁 관저)가 있었던 곳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09년 후계자로 내정된 뒤 이 일대에 대주택단지인 만수대거리를 조성했는데, 그 때도 비어뒀던 관저와 둔덕 자리에 이번에 고급주택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보통강을 끼고 맞은편에는 북한의 로얄 패밀리와 고위간부 전용 병원 봉화진료소, 영재학교인 평양 제1중학교 등이 있으니, 이 부지는 평양에서도 손꼽히는 '명당자리'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시찰 때 주택이 완성되면 '각 부문의 노력헌신자들과 공로자들, 과학자, 교육자, 문필가를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선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체제의 핵심지지 세력을 우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시찰에서 "인민생활 문제를 해결하는데서 절실한 문제의 하나인 주택건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800세대 다락식주택구건설은 새로운 형식의 주택들로 도시의 면모를 일신하고 인민들에게 발전된 생활환경과 조건을 제공해주려는 당 중앙의 구상과 의도가 비껴있는 대상건설"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수도건설정책의 본보기 사업으로 '보통강 강안 주택건설'을 내세우고, 이를 인민생활 문제의 해결과 연결시킴으로써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강화하고 내부 통치의 안정을 꾀하고 있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평양의 명당자리에 체제 핵심지지 세력을 위한 고급주택단지라는 경관을 조성하는 것 자체가 김 위원장의 업적 쌓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지난 23일) 평양 1만 세대 착공식 참가로 경제 활동을 재개했는데, 이후 4 차례 보도 중 세 번이 살림집 건설과 관련된 내용"이라며, "8차 당 대회 과업 관철을 위해 인민생활 또는 민생과 직결된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중점적으로 공개 활동을 하는 것으로 판단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올 들어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35회 중 80퍼센트가 정치 분야 행보인데, 3월부터 살림집을 중심으로 한 경제 활동 행보도 재개한 것"이라며, "주택 건설 등 인민생활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민생 분야에 집중하는 것으로 평가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