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인권 모니터 대상에 정작 미국은 빠져 있다.
그렇다면 미국 인권의 현주소는 어떤가?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경찰관이 쏜 총에 목숨을 잃었다고 보고된 사람만 985명이었다. 그 가운데 20%가 흑인이었다. 흑인은 미국 전체인구의 13%밖에 안 되지만 백인보다 2배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경찰 총에 숨졌다. 요즘 미국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 재판 역시 대표적인 흑인 차별 사건이다.
흑인과 아시안 뿐 아니라 일반 미국 국민들의 목숨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다른 사람이 쏜 총에 맞아 2만 명이 삶의 권리를 박탈당했다.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만드는 총기 규제법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상원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다.
통계적으로도 미국의 인권 상황은 낙제점수다.
각국의 객관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비영리기구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현재 미국의 인권 '보호' 점수는 8개 척도 가운데 D학점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그 보다 한 단계 높은 C학점이다. 같은 사이트의 인권 '위반' 지수에서도 미국은 10점 척도에서 4점으로, 우리나라 3점보다 높은 단계다. '보호', '위반' 모두 미국이 우리보다 한수 아래인 셈이다.
보고서 초반은 균형있게 서술하려한 흔적이 보인다. 대표적인 인권침해법인 국가보안법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지난해 새롭게 대두된 대북전단살포 규제법의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도 동등하게 다뤘다.
그런데 후반부로 가면서 정치색이 짙게 묻어있다.
또 다른 현직의원으로는 윤미향 의원 이름도 나온다. 사기, 업무상 횡령, 직무 유기 등의 혐의와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재직시 자금 유용 혐의로 기소됐다고 기술돼 있다.
국제투명성기구 평가에서 한국이 2017년 이후 투명성 지수가 개선됐다면서도 굳이 국내에서 정치적 논란을 빚은 사건을 적시한 것이다. 이 논란이 인권상황과 어떻게 직접 연결된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조국 전 법무장관 스캔들의 경우는 직전해인 2019년 인권보고서에 이미 예시했으면서도 이번에 다시 재활용했다.
사실 박원순 전 시장 사건보다 인권보고서에 더 좋은 사례로 소개될 만한 스토리가 미국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한명인 민주당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 연쇄 성추행 의혹사건이다. 이날까지 8명의 여성들이 그에게서 성추행, 성희롱, 부적절한 언행 등을 당했다며 '실명'으로 폭로했다. 40살이나 어린 25세 비서는 쿠오모 지사가 자신에게 사실상 잠자리를 요구했다고 방송에 출연해 알렸다.
그런데도 미국 여론은 그의 퇴임조차 반대한다. 미국의 이 같은 후진적인 인권 감수성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인권보고서' 미국편은 더 절실해 보인다.
오죽하면 미국으로부터 인권후진국이라고 손가락질 받고 있는 중국 공산당까지 미국의 염치 없음을 타박하고 나섰을까? 중국 공산당은 미국 정부에 국내 인권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처지에 주제넘게 외국 인권 문제를 간섭하려고 한다고 면박을 주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일각에서는 미국정부의 '한국 인권보고서'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나아가 보고서를 가지고 자기 얼굴에 침을 뱉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번 '한국 인권보고서'에는 한국이 개선해야할 여러 인권문제가 사실적으로 기술된 부분도 많다. 그러나 이번 '한국 인권보고서'에서는 하버드 교수 램지어의 위안부 왜곡 논문 냄새가 풍기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상황을 정치적으로 오염시켜 놓은 영문 저작물들을 다수 참고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