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미의 세계는 허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가 아니라 소설이었던 것이다. 쟈넷 쿡의 허위이력이 발단이 돼, 워싱턴 포스트의 자체 조사결과 밝혀졌다. 당시 쟈넷 쿡의 데스크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했던, 밥 우드워드였다. 백악관의 내밀한 곳까지 취재를 해냈던 최고의 민완기자도 쟈넷 쿡의 어처구니없는 사기 행각에 놀아나고 말았던 것이다.
언론사에 기자로 입사하면 대부분 교육을 받는다. 교육과정에는 반드시 취재윤리가 포함돼 있다. 그리고 그 교육과정에서 가장 많이 예로 드는 사례가 바로 이 ''''지미의 세계''''일 것이다. 기자라면 ''''지미의 세계''''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월 17일자 동아일보 일면에는 사과문이 실렸다. ''신동아 ''''미네르바'''' 오보 사과드립니다''. 라는 제목의 사고에서 동아일보는 신동아 2천8년 12월호에 실린 미네르바의 기고문과 2천9년 2월호에 실린 ''''미네르바는 금융계 7인 그룹..''''이라는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는데, 자칭 미네르바라는 K씨는 자신은 미네르바가 아니라며 당초의 발언을 번복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오보를 하게 된 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사내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이번 일을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아 신뢰받는 언론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독자들에게 사과했다.
늦었지만,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언론사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우리 언론의 관행으로 볼 때 결단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상조사가 지금에야 이뤄지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네르바 진위논란이 벌어진 것은 박대성이라는 사람이 구속된 이후의 일이다. 구속된 박씨가 자신은 신동아 12월호에 기고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이다. 그때부터 신동아와 박대성씨측간에 진위논쟁이 일었고, 온라인상에서도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그리고 신동아는 2월호에 다시 미네르바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자칭 미네르바 K씨를 인터뷰하면서, 미네르바는 1명이 아니라 7명의 전문가들이 모인 그룹이며, 구속된 박씨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네르바의 기고문이 실린 2천8년 12월호가 지난해 11월 중순경에 발행된 점을 감안하면 신동아가 자칭 미네르바를 접촉한 것은 아무리 늦어도 지난해 11월 중순 이전이다. 그리고 박대성씨가 구속된 것은 올 1월 10일. 그렇다면 최소한 두 달 동안 신동아는 K씨가 누구인지 정확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박씨가 구속된 이후에도 신동아는 K가 미네르바가 맞다는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그리고 다시 한 달이 지나서야 K가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사과문을 실었다. 첫 번째 인터뷰 기사에서 K씨에 대한 검증절차가 소흘했다면, 아무리 늦었어도, 박씨가 구속된 이후에는 철저한 검증을 했어야 한다.
첫 번째는 실수였다 하더라도, 두 번째 검증절차마저 소흘히 했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렇다면 동아일보와 신동아는 이번 진상조사를 통해, K라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가 실재한다면 K가 누구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이 이번 실수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다.
기사에서 ''''사실(fact)''는 가장 기본적이며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다. ''''fact''''가 없는 기사는 기사가 아니라 소설이다. ''''fact''''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들은 밤을 새워 남의 집 앞에서 ''''뻗치기''''를 하고, 한강에서 건져 올린 사체의 호주머니를 열어 보기도 하고, 형사들 책상 밑에 놓인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한다.
미네르바의 실체를 둘러싼 논쟁은 동아일보의 사과로 일단락됐지만, ''''지미의 세계''''를 떠올리는 씁쓸한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