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드메' 무료, 53년 전통 신신예식장을 아시나요"

전세계 누구나 무료로 결혼 가능
가난 때문에 결혼 못하는 사람 위해
길거리 사진사로 저축..예식장 오픈
전국 각지에 신랑신부들 1만 4천쌍
"신신예식장서 결혼하니 일이 잘풀려"
보람 느끼며 100살 까지 운영하겠다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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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백낙삼 (경남 창원 '신신예식장' 대표)

지금 하늘에는 황사가 짙게 내려앉고 요즘 뉴스들도 참 무겁죠. 그래서 오늘 마지막 인터뷰는 듣고 있으면 기분이 절로 좋아질 만한 따뜻한 소식을 전해드릴까 하는데요. 경남 창원으로 갑니다. 창원에는 1967년에 문을 연 아주 유명한 예식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달리 유명한 게 아니고요. 무려 53년 동안 무료로 결혼식을 열어줬다는 겁니다. 형편이 어려워서 결혼식을 할 수 없었던 예비부부들에게 예식은 물론이고 일명 ‘스드메’ 라고 그러죠. 스튜디오 사진, 드레스, 메이크업. 이 스드메를 모두 무료로 제공을 해 왔다고 그래요. 이 예식장의 대표님. 무려 올해 연세가 91살 되십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창원 신신예식장 백낙삼 대표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백 대표님, 안녕하세요.

◆ 백낙삼> 네, 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저희가 감사드리죠. 아니, 정말로 연세가 올해 91살 되셨어요, 어르신?

◆ 백낙삼> 네. 31년생이니까요. 신미생 양띠입니다.

◇ 김현정> 안 힘드세요?

◆ 백낙삼> 힘든 거 없어요. 즐겁죠. 항상 즐겁게 하니까요.

◇ 김현정> 백낙삼 대표가 지금까지 꾸려온 신신예식장. 여러분, 1967년에 문을 열었어요. 그러면 대표님, 그 뒤로 이 예식장에서 결혼한 커플이 총 몇 커플이나 됩니까?

◆ 백낙삼> 1만 4000쌍 정도 되고요.

◇ 김현정> 그러면 여기에서 저희 결혼하고 싶습니다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예요?

◆ 백낙삼> 그렇죠. 누구든지요. 세계인 다 됩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 백낙삼> 작년에 아르헨티나에서 교포가 비행기 30시간 타고 왔어요. 여기에서 결혼하고 가셨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예식장 빌려드리고 주례까지야 우리 선생님이 봐주신다고 하지만 메이크업, 스드메 중에 메이크업. 메는 어떻게 합니까?

◆ 백낙삼> 메이크업이요. 프랑스에서 미용 공부를 하신 분인데요. 그분이 찾아오셔서요. 자기도 봉사하겠다.

◇ 김현정> 세상에.

◆ 백낙삼> 그래서 매일 결혼식이 있을 때마다 오셔서 메이크업을 화장을 다 해 줍니다. 그렇게 제가 인복이 많아요.

1967년 문을 열어 53년 동안 1만 4천쌍에 무료 결혼식을 열어준 신신예식장.
◇ 김현정> 그러시네요. 저희가 지금 예식장 내부 사진을 보여드리고 있는데 아담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어요.

◆ 백낙삼> 네.

◇ 김현정> 그런데 이렇게 깨끗하게 유지하려면 기본적인 유지비라는 게 있을 텐데 최소한도 안 받으세요?

◆ 백낙삼> 받는 것은 여기 일하는 사람들 수고비 받고 있고요. 사진은 그냥 공짜로 찍어드립니다.

◇ 김현정> 그래도 조금 뭔가 받으셔야 될 것 같은데 그렇게 해서도 유지가 되세요?

◆ 백낙삼> 그렇게 해도 괜찮아요. 손님들이, 오늘도 지금 내 핸드폰이 돈이 한 30만 원 들어왔어요. 집에 가서 돈들을 부쳐요, 핸드폰으로.

◇ 김현정> 형편에 따라서 부칠 수 있는 만큼 부치는 커플들이 있군요?

◆ 백낙삼> 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처음에 무료 예식장을 열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내셨어요?

◆ 백낙삼> 제가 워낙 못살았어요. 나이 31살에 결혼을 했거든요. 우리 고향 바로 이웃동네 처녀하고 결혼했어요.

◇ 김현정> 했는데?

◆ 백낙삼> 돈이 없어서 방이 없어서 신부를 못 데려왔죠.

◇ 김현정> 세상에.

◆ 백낙삼> 그래서 길거리 사진사를 해서 돈을 모아서 달세방 하나 얻어놓고 한 8달 만에 신부를 데려왔어요. 밥그릇 몇 개하고 냄비 2개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길거리 사진사로 해서 돈을 벌어서 부모님이 계시는 큰집부터 먼저 사드리고 뭘 할까 하다가 나같이 돈이 없어서 결혼 못 하고 애태우는 분들 결혼시켜드리자고 해서 67년 6월 1일 대망의 신신예식장을 완전 무료 사회봉사라는 슬로건 아래 개업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얼마나 악착같이 버셨으면 사진관 건물도 사시고 예식장까지 열고. 얼마나 악착같이 버신 거예요?

◆ 백낙삼> 사진 한 판에 20원 할 때 하루에 200원씩 10판 값을, 길거리 사진사가 저축을 했습니다. 아침에 자고 나면 발바닥이 퉁퉁 부어서 디디면 좀 넘어질 것 같이 둥글둥글했어요.

◇ 김현정> 세상에.

◆ 백낙삼> 비오는 날에는 사진을 못 찍잖아요. 그러면 지게를 지고 산에 가서 나무를 해다 팔아 200원을 채웠어요. 그래서 8개월 만에 4만 원을 모아서 점포 전세를 얻었어요. 그때부터 날개를 달았죠.

◇ 김현정> 그렇게 악착같이 번 돈으로 점포 내고 건물 샀으면 이제는 아, 내가 좀 떵떵거리면서 쓰면서 살아야지 할 법도 한데.

◆ 백낙삼> 그런데 저같이 돈이 없어서 결혼 못 하고 애태우는 분들 그거 해결해 드리려고 예식장을 차렸습니다.

◇ 김현정> 그 1만 4000쌍 연결해 주시면서, 제일 보람있었던 순간은 언제세요, 대표님?

◆ 백낙삼> 기억에 남는 게 많죠. 에피소드도 많고요.

◇ 김현정> 많으시겠죠.

◆ 백낙삼> 지금 부산에 사시는 분인데요. 작년 설에 전화가 왔어요. 77년도 결혼했대요. 그러니까 43년 만에 전화가 온 거예요. 그때는 너무 못살았는데, 선생님 은덕으로 결혼식은 했으나 (당시에는) 아무런 보답도 못 하고 그냥 왔습니다. 지금은 부자 소리를 듣습니다. 돈을 좀 보내겠습니다.

◇ 김현정> 아이고 참.

◆ 백낙삼> 그렇게 못 살던 사람이 신신예식장에서 결혼하고 나니까 그래, 일이 잘 풀리고 전화가 와서는 부자가 됐대요.

◇ 김현정> 참 그렇게 잊지 못하고, 그 은혜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부부가 한두 쌍일까 싶은데요.

◆ 백낙삼> 편지도 많이 오고요.

◇ 김현정> 이런 보람으로 그 긴 세월을 무료 예식장 사업을 하고 계시는 건데요. 대표님, 그런데 저희가 어떤 분이신가 자료를 쭉 뒤지다 보니까 박노자 교수, 오슬로 대학 박노자 교수님이 사위시더라고요?


◆ 백낙삼> 셋째 사위입니다.

◇ 김현정> 딸하고 사위 결혼할 때는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그 두 분은?

◆ 백낙삼> 딸이 바이올린을 했거든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에 유학을 했습니다. 그때 박노자가 통역을 했어요.

◇ 김현정>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되셨군요.

◆ 백낙삼> 네.

◇ 김현정> 그때만 해도 국제결혼이 지금처럼 이렇게 많지 않을 때인데 반대는 안 하셨어요?

◆ 백낙삼> 자기들이 좋다니까 반대 안 했어요.

◇ 김현정> 역시 깨인 분이시네요. 그래요, 대표님. 신신예식장 언제까지 운영하실 계획이십니까?

◆ 백낙삼> 그게 저는 지금 91니까 100살까지는 할 수 있지 않겠느냐.

◇ 김현정> 아니, 왜 100세까지요? 더 하셔야죠. (웃음)

◆ 백낙삼> 아이고, 더 할 수 있겠어요? 100세까지 하고 그다음에 안 죽고 살아 있으면 그때는 결혼 장부 있죠. 배낭에 메고 전국 일주할 겁니다. 지금도 신랑, 신부들한테 그 얘기하면 꼭 오라고 합니다.

◇ 김현정> 놀러 오라고 하는 그 신랑신부 집들 쭉 돌면서 전국 일주하는 꿈.

◆ 백낙삼> 네. 장부 배낭 메고. 재미있어요, 생각만 해도요.

◇ 김현정> 재미있을 것 같아요. 대표님.

◆ 백낙삼> 네.

◇ 김현정> 그 꿈을 꼭 이루시기 위해서라도 꼭 건강하셔야 된다는 말씀 제가 신신당부드립니다.

◆ 백낙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 백낙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그야말로 행복을 전하는 예식장이네요. 무려 53년 동안 형편이 어려운 신랑, 신부에게 무료 예식을 선사해 주고 있는 곳 신신예식장의 백낙삼 대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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