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이번 액면분할 결정은 "소액주주 접근성을 높여 주식 가치를 끌어 올리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액면분할을 했던 기업들의 주가 성적표가 카카오의 향후 주가 향방에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액면분할(Stock split)'이란 주식 액면가액을 일정한 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액면가'는 회사가 처음 설립된 날 주식 가격이다. 예를 들어 한 주의 액면가 3만 원인 주식 1주를 3조각으로 나눠 1만 원짜리 주식 3주로 늘리는 것이다. 주식 1주가 너무 비싸 매매가 어려워지거나 거래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 이를 나눠 소액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액면분할은 기업의 재무구조에는 영향이 없지만, 수급상으로 미치는 파급 효과가 적지 않다.
통상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한다. 액면분할하면 유통주식 수가 늘면서 거래가 활성화하고 주가 상승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선 주식이 훨씬 싸게 느껴지고 투자하기에 부담 없는 금액이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 액면분할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석유도 지난 25일 유통주식 수 확대를 위해 1주당 가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한다고 발표했는데 다음 날 상한가로 이어졌다. 한국석유는 26일 전장 대비 29.90% 급등한 19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식분할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의 향후 주가 전망을 놓고선 긍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지난해 하반기 주식분할에 나선 뒤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러한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로 작용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액면분할은 고가주들은 유동성이 늘면서 투자자 접근성이 커진다는 점과 기업 입장에서는 거래량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장점 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액면분할을 했던 기업들이 초반에는 주가가 오히려 빠지거나 상승 폭이 크지 않았던 사례도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4일 1주당 250만 원이던 주식을 50대 1의 액면분할을 단행하면서 상당 기간 주가가 떨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265만원이던 주가가 5만 3천 원으로 낮아지면서 거래가 급증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한동안 맥을 못춘 것이다.
게다가 액면분할 직후 5만 3천원에서 5만 1100원으로 주가가 빠졌다. 삼성전자 주가는 29일 8만 1600원에서 마감했다. 액면분할 당시보다는 상승했지만, 액면분할 효과라기보다는 지난해 동학 개미의 매수 열풍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도 같은 해 10월 2일 약 70만 원에 이르는 주식을 5대 1로 분할했으나 3개월 이후 주가가 8%가량 떨어졌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관련 주가가 수혜를 입으면서 37만 원대로 올랐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5년 10대 1로 액면분할했는데 (29일) 현재 주가(26만 2600원)가 분할 직후 주가(37만 6500원) 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실제 카카오도 액면분할을 처음 발표한 지난달 25일 시간 외 거래에서는 주가가 4.85% 급등한 50만 8천원을 기록했지만, 그 다음날 주가는 소폭 상승에 그쳤다. 다만 26일 하루 거래량은 전장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카카오는 이후 8거래일 연속 개인의 매수세가 집중됐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했다.
액면분할 이후 장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액면분할이 거래를 늘리는 효과를 내지만 기업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따라 주가가 형성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액면분할이 기업가치와 전혀 무관하지만 액면 가격이 5천 원이 안될 경우에는 기업 펀더멘탈이 안 좋다는 신호로 인식할 수 있어 주가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